모든 연구개발에 있어서 물질의 성분 분석은 가장 기본적인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성분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물질의 일부분을 떼어내 분석할 수도 있지만 이런 방법이 여의치 않은 경우도 많다. 때문에 대상을 파괴하지 않고 물질의 구조를 분석할 수 있는 비파괴분석법이 각광받고 있다.
라만(Raman)분석법은 이런 비파괴분석법의 하나로 어떤 물질에 레이저를 조사해서 나온 산란광을 분석, 그 물질의 경도·변형 정도·결정화 정도 등 여러 가지 정보를 얻는 방식이다. 이 분석법은 인도의 물리학자인 C V 라만에 의해 처음 발견된 라만효과(Raman Effect)를 응용한 분광분석의 하나로 물질에 단색광을 비춰 산란광을 관측하면 산란광 속에는 원래의 단색광 외에 그 물질 특유의 파장빛이 섞여 나온다.
라만효과는 물질에 어떤 진동수의 빛이 닿으면 특유한 에너지가 흡수돼 진동수가 적은 산란광이 되기도 하고, 특유한 에너지가 방출돼 진동수가 많은 산란광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물질이 흡수·방출하는 에너지는 각 물질을 구성하는 분자구조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라만효과에 따른 산란광은 각 물질에 고유한 것이므로 산란광을 분석하면 그 물질의 분자구조를 추론하는 실마리가 된다.
물질을 부수지 않고 분석할 수 있는 비파괴분석법의 일종인 라만분석법은 원자핵이 어떻게 진동하는지를 보여주는데 가장 효과적인 분석법이다. 또 포스트게놈으로 각광받고 있는 단백질체학에서 단백질 구조분석에도 많이 사용된다. 다양한 종류의 시료들을 짧은 시간에 비파괴적으로 전자적 구조 및 결정구조를 측정할 수 있어 물리·화학·생물·의학·공학·산업 관련 분야 등 과학 전반에 쓰이고 있다.
이 분석법을 처음 시도한 라만은 인도 남부 마드라스 출생으로 아버지는 수학·물리학 교수였다. 그는 1907년 재무부 회계국에 들어가 관리로 근무하면서 과학진흥협회 연구실에서 연구를 계속했으며 이 연구가 인정돼 1917년 캘커타대학 물리학 교수로 임명됐다.
라만이 개척한 연구 분야는 진동·음향·빛의 회절(回折), 콜로이드에 의한 빛의 분산, X선 회절, 결정의 자성(磁性)·유전체(誘電體)·초음파 등 다방면에 걸쳐 있다. 이 중 1922년의 논문 ‘빛의 분자에 의한 회절’로 시작되는 후속연구는 1928년 라만효과의 발견으로 이어졌고 이로인해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1930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관련 사이트
국외
라만연구소 http://www.rri.res.in
존와일리&손스 http://www.spectroscopynow.com
국내
이화여대 라만클럽 http://www.eroo.co.kr
소프트디스크 http://www.softdis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