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가 새로운 CPU 성능평가기준인 TPI(True Performance Initiative)를 내세워 인텔을 정면공격하는 가운데 이번에는 양사가 공식석상에서 다시 한번 충돌할 것으로 보여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텔과 AMD는 15일부터 19일(현지시각)까지 미국 새너제이에서 개최되는 ‘마이크로프로세서 포럼’을 통해 CPU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주력기술을 발표할 예정이다.
인텔은 이번 포럼에서 빠른 처리속도와 휴대성이 요구되는 새로운 PC환경에서는 저전력 소비와 사용편리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이를 실현하는 차세대 기술들을 대거 공개, AMD를 기술력으로 제압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AMD는 ‘애슬론XP’를 필두로 실리콘온인슐레이터(SOI)기술을 적용한 64비트 서버용 제품 ‘슬러지해머’ 등을 소개하면서 CPU의 종합적인 성능평가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재강조할 예정이다.
◇반박에 나선 인텔=인텔은 AMD가 주창하는 클록 속도가 CPU 성능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업계가 공히 아는 사실이고 이미 자신들도 제품 개발 방향을 종합적인 성능향상에 맞춰왔다고 반박하고 있다. 오히려 AMD가 PC성능 척도의 일부분에 불과하고 애플리케이션에 따라 변하는 수치인 클록당명령수행수(IPC)와 인텔이 이미 적용하고 있는 ‘데이터 프리패치’(캐시메모리에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미리 불러놓는 기술)를 마치 신기술인 것처럼 들고 나와 소비자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PC성능은 CPU뿐만 아니라 그래픽·메모리·HDD 등 다양한 구성요소를 통해 종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판단하기가 어려워 업계에서는 객관적이고 물리적인 수치인 클록 주파수로 CPU의 등급을 매긴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굳이 CPU 성능을 따지자면 클록 주파수와 IPC에다 ‘애플리케이션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인스트럭션(instruction application)의 수’를 모두 곱한 수치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AMD가 주장하는 IPC는 근거가 미약하다는 것이 인텔의 반론이다.
인텔은 이런 맥락에서 ‘모바일 펜티엄4’의 차세대 제품군으로 전력소비량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바이니아스(Binias)’와 단일칩병렬처리기술 ‘하이퍼스레딩(Hyper-Thereding)’에 초점을 맞춰 CPU 기술개발 방향을 종합성능쪽으로 맞출 계획이다.
◇새로운 등급제 주창하는 AMD=AMD는 인텔의 ‘펜티엄4’는 ‘펜티엄Ⅲ’보다 클록 주파수는 향상됐을지 몰라도 자신들의 벤치마크 결과 성능에서는 20% 정도 하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펜티엄4’는 속도면에서는 향상됐을지 몰라도 소비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오피스 프로그램이나 멀티미디어 게임 등에서는 AMD의 동급 클록 주파수의 ‘애슬론XP’보다 성능이 떨어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AMD는 결국 이같은 평가기준을 반영해 1.53㎓의 클록 주파수를 가진 제품을 ‘애슬론XP 1800+’로 정하게 됐고 이를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TPI를 들고 나왔다고 설명한다.
◇전망=AMD의 이번 주장으로 소비자들이 CPU의 성능에 대해 다시 한번 재고할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AMD의 인텔 공격이 ‘펜티엄4’의 클록 주파수를 따라잡지 못하는데서 비롯된 마케팅 전략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어 AMD가 이번 포럼에서 더욱 많은 우군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