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 동안 무주리조트에는 300여명의 산·학·연 디스플레이 전문가들이 한데 모였다. 선도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95년 12월부터 5년 10개월에 걸쳐 진행된 차세대 평판표시장치 기반기술 개발사업을 결산하는 워크숍이다. 한두개씩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참석자들의 얼굴에는 만감이 서렸다. 과제를 진행하면서 겪은 어려움과 보람, 아쉬움이 한데 교차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만 해도 1억달러에 불과했던 평판디스플레이 수출은 올해 73억달러로 급팽창했다. 오는 2005년께는 2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여 D램에 이어 국내 수출산업을 먹여살릴 상품으로 떠올랐다. 프로젝트 과제인 40인치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와 63인치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은 세계 첫 개발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PDP는 일본에 비해 개발이 늦었음에도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선진국과 거의 동등한 수준의 기술을 확보했다.
연구개발의 저변 확대는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성과다. 97년부터 운영된 5개 거점 연구단을 통해 논문 353편(국내 149편, 국외 204편), 학술 894편(국내 509편, 국외 389편), 특허 출원 107건(국내 96건, 국외 11건), 특허등록 15건(국내 12건, 국외 3건)이 나왔다. 게다가 전문연구인력(석사 313명, 박사 57명)을 대거 배출, 밝은 미래를 약속할 수 있게 됐다.
또다른 성과는 민관 협력, 산학연 협력의 장을 열었다는 점이다. 산업자원부와 과학기술부가 지원하고 한국디스프레이연구조합이 주관한 이 프로젝트는 정부 835억원, 민간 1003억원 등 총 1838억원이 투입됐다. 규모도 크지만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 정부는 민간의 요구를 적극 수렴해 정책에 반영해왔다. 산학연 공조도 다른 연구개발 프로젝트와 비교해 긴밀하게 이뤄졌다.
이 정도라면 유종의 미를 거뒀을만 한데도 관계자들의 마음은 편치 못한 눈치다. 후속 프로젝트가 끊길 위기에 처한 것이 그 이유다. 최근 연구조합은 산업자원부·과학기술부 등과 후속 프로젝트를 협의중이나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정책 당국은 어느 정도 기업들이 성장궤도에 진입한 이상 추가지원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세계 일등업체들이 많은데 정책지원이 필요하느냐는 부정적인 여론이 비등하기 때문이다.
오명환 연구개발사업단장은 “대만·중국 등 경쟁국들의 맹렬한 추격을 뿌리치는 것은 물론 어느 정도 완성한 연구개발 인프라를 확대 발전시키려면 최소한 5년 정도는 정책지원이 뒷받침돼야 국내 디스플레이산업의 자생력을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속 프로젝트가 없자 산학연 연대에도 금이 가고 있다. 기업들은 경쟁 격화로 인해 대외 연구개발 지원을 당분간 늘리지 못한다는 입장이며 프로젝트가 없는 학·연은 벤처창업이나 용역연구 등으로 뿔뿔이 흩어질 처지다.
연구조합은 이번 디스플레이산업 경쟁력 향상방안에 대한 연구기획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반도체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게 평가된 디스플레이산업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할 계획이다. 또 일부 문제로 지적된 평가부재와 중소기업의 참여 미흡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쪽으로 정책당국과 협의해 후속 프로젝트를 조속히 성사시킬 방침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