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산업의 효율적인 e전이(transformation)를 위한 동일업종내 정보기술(IT) 표준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의료, 섬유, 골판지포장 등 디지털화가 상대적으로 더딘 이들 업계는 업계 전반적인 IT화에 소요되는 총비용 절감과 IT확산으로 인한 업종의 선진화를 실현하기 위해 의료정보시스템, 공급망관리솔루션 등의 표준화를 추진중이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는 중복투자를 줄일 수 있으며, IT사업자의 경우도 새로운 개발업무에 충실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가적으로도 투명성 확보로 효율적인 재정관리 등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등 국가 경쟁력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B2B시범사업을 통해 상품정보, 전자카탈로그, 지불결제 등의 전자상거래 기반시스템의 표준화 등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으나 e비즈니스 기반이 되는 IT시스템 자체를 표준화하려는 방안이 업계내 대대적으로 진행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의료업계는 최근 ‘보건의료 정보산업 발전비건과 과제’라는 심포지엄을 열고 의료정보시스템의 표준화를 제안했다. 의료산업 전반의 시스템 투자비용 낭비요소 제거를 위해 성격이 유사한 의료기관별로 표준화된 시스템을 개발, 보급하고 정부가 일정부분 개발비를 지원하자는 것이 그 요지다.
이날 서정욱 서울대학교병원 교수는 의료정보시스템표준화를 2단계로 구분하고, 표준 의료정보시스템 선정/개발, 표준전자의무기록(EMR) 공동개발을 1단계로, 800개 병원에 대한 표준의료정보시스템 설치 등 시스템 통합단계를 2단계로 건의했다. 또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했던 공재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산업정보단 단장, 김일출 메디페이스 사장, 이덕구 엠씨씨 사장, 서정욱 서울대병원 교수 등은 의료정보시스템 표준화를 구체화하기 위해 보건의료정보화를 전담하는 사단법인을 별도로 구성키로 하고 준비위원회를 결성했다.
10월 초부터 B2B시범사업 4차연도에 들어선 섬유업계에서도 현재 C사의 패션사업부문이 자체 협력사 200여곳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는 QR솔루션을 업계내에 확산시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업계내 카탈로그, EDI의 표준화 및 적용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이번 4차연도 계획에 따르면 시장점유율이 높은 대기업이 활용하고 있는 공급망관리 솔루션을 업계내 확산시켜 실질적인 업계 표준화를 고려하고 있다. 섬유 업계 관계자는 “C사의 QR솔루션을 K사, L사 등 다른 대기업이 도입하는 것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것이 성공할 경우 섬유업계의 공급망관리 솔루션 표준화는 손쉽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밖에 현재 B2B시범사업의 ISP작업에 한창인 골판지포장업계도 솔루션 표준화를 추진중이다. 한국골판지포장공업협동조합은 기술영업 확산,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는 상자자동 압축강도 및 표준원가 계산 연동프로그램을 자체 자금을 투입해 개발하고 있다. 협회는 솔루션 개발과 동시에 협회사이트를 통해 시장점유율의 90%를 차지하는 63개 회원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협업에 대한 마인드 부족, 기업공개를 꺼려하는 분위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IT표준화가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전망하면서도 “일부 업종에서라도 효율성이 인정된다면 다른 업계의 확산은 발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