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컴퓨터통신이 캄보디아 행정전산망 프로젝트 주사업자로 확정된 것은 국내 IT기술이 동남아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먹혀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동남아 지역에 대한 국내 기업의 IT수출이 보다 활발해지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직 마지막 본계약을 남겨놓고 있기는 하지만 양국 정부가 이미 최종 합의를 거친 만큼 천재지변에 준하는 변수가 없는 한 한국컴퓨터통신의 이번 프로젝트 수주계약은 확정적이다. 강태헌 사장은 “양국간 EDCF 협약이 마무리되면서 최종 계약에 따른 형식적인 절차만 남았다”고 밝혔다.
◇추진경과=이번 캄보디아 프로젝트는 미리 만들어진 프로젝트에 한국컴퓨터통신이 참여해 이뤄진 것이 아니라 철저히 한국컴퓨터통신의 기획·연출하에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한국컴퓨터통신은 99년 12월부터 캄보디아 IT시장 조사 및 사업을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해 왔으며 지난해 3월 캄보디아 국가정보화 세미나를 시작하면서 캄보디아 행정전산망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같은해 5월 캄보디아 정부와 공동으로 유니SQL캄보디아라는 합작사를 설립하면서 프로젝트 계획이 급류를 타기 시작했다.
올 4월 훈센 총리가 국빈으로 한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개최한 것을 비롯, 최근 1년간 김동선 정보통신부 차관, 재경부, 외교부 관계자 등 양국 정부의 주요 인사들의 방문이 이뤄졌으며 IT기술협력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 8회에 걸친 합동조사 등의 작업이 숨가쁘게 진행됐다. 마지막 핵심 절차로 캄보디아 정부가 이 프로젝트를 위해 한국에 EDCF 차관지원을 요청했으며 최근 재경부가 한국정부의 지원방침을 확정하고 캄보디아 정부에 통보함에 따라 한국컴퓨터통신과 캄보디아 정부의 최종 계약이 전격 이뤄지게 된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규모가 2000만달러로 EDCF 차관을 통해 지원되며 특히 캄보디아 정부는 주사업자로부터 이 규모에 해당하는 서버·SW 등 현물을 받고 차관 자금 자체는 주사업자에게 직접 주어지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현금유동성에도 훨씬 유리한 조건이 된다.
◇의미와 전망=한국컴퓨터통신은 연간매출 100억원, 직원 70여명의 중소 SW업체로 대기업도 뚫기 힘든 외국 정부의 핵심 IT프로젝트를 독자적인 역량으로 수주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이제까지 베트남, 필리핀, 베네수엘라 등의 IT프로젝트를 국내 업체가 따낸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LGEDS, 현대정보기술 등 대부분 대기업 SI업체에 의해 이뤄졌다. 이에 반해 한국컴퓨터통신은 대형 SI업체를 앞세우지 않고 독자적인 힘으로 프로젝트를 이끌어냈으며 2년 만에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IT외교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정통부, 외교부, 재경부 등 정부의 외교적·정책적 지원도 큰 역할을 했다. EDCF 차관 대상이 아니었던 캄보디아에 대해 국무회의를 거쳐 지원방침이 결정된 것은 국내 업체들의 IT수출에 국가가 직접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캄보디아 프로젝트는 대기업이 아닌 한국컴퓨터통신을 주사업자로 8개의 국내 중소 솔루션업체와 컨소시엄을 이뤄 진행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DB, 서버, 리눅스 운용체계, 네트워크 장비, 보안솔루션 등 캄보디아 행정전산망의 전체 IT시스템이 순수 국산기술과 제품으로 구성돼 국산 IT기술이 해외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데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또한 국내 기업의 동남아 시장진출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건은 다른 동남아 국가의 IT프로젝트 수주에도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필리핀, 베트남 등 대부분의 동남아 국가들은 낙후된 경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행정전산망 등 국가적인 IT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다 캄보디아는 동남아 지역의 허브 국가로 자리잡고 있어 인접 국가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영향이 크기 때문에 한국의 기업이 보다 메리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표> 캄보디아 프로젝트 주요 사업 일지
99년 12월 캄보디아 IT시장조사 및 사업준비 시작
2000년 3월 캄보디아 국가정보화 세미나 실시
2000년 5월 캄보디아 현지법인 유니SQL캄보디아 설립
2000년 7월 캄보디아 정부와 한국정부간 IT기술협력을 위한 MOU 체결
-정보통신부 차관 캄보디아 방문, 한국전산원·SW진흥원 현지 세미나 실시
-캄보디아 정부의 행정전산망 구축을 위한 사전 조사 실시, 8회에 걸친 합동조사
2000년 8월 훈센 총리를 의장으로 한 캄보디아 정보통신기술개발국(NiDA) 설립
2001년 2월 캄보디아 정부의 행정전산망 EDCF 사업 신청
2001년 4월 캄보디아 훈센 총리 한국 국빈 방문, 정상회담 개최(양국간 EDCF 협정 체결)
2001년 10월 한국정부 지원방침(재경부) 결정 및 캄보디아 정부 통보
2001년 11월 첫째주 수출입은행과 캄보디아 재무부 차관협약 체결(예정)
2001년 11월 둘째주 최종 본계약 체결과 업무추진(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