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감회가 새롭습니다. 지난 93년부터 95년까지 3년간 케이블TV가 도입될 당시에는 공무원으로서 관련 정책 결정이나 허가 심사에 참여했었는데 6년이 흐른 지금, 입장이 바뀌어 복수케이블TV방송국(MSO)인 씨앤앰을 맡게 됐으니 방송계와는 참 인연이 깊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국내 최대 MSO인 씨앤앰의 최고경영자가 된 유세준 회장(59)은 “씨앤앰은 정도 경영을 지향하고 있는 뉴미디어 방송기업”이라며 “지금 같은 열악한 유료방송 구조 아래에서 케이블TV가 정상적인 뉴미디어로 발전, 서비스할 수 있도록 확실한 방향을 잡는 것이 씨앤앰의 가장 큰 역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회장의 이력은 화려하면서도 간단하다. 70년 문화공보부의 공무원을 시작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방송·언론 등에 관련된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데 보냈기 때문이다. 97년 3월 공보처 차관을 끝으로 공직을 떠나기 전까지 그는 많은 일들을 해 왔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일은 80년 방송과장으로 재직할 때 컬러TV 방송시대를 개막한 것과 87년 매체국장일 때 언론기본법이 폐지되고 ‘방송법’과 ‘정기간행물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것이었다고 한다.
지금의 방송계를 바라보는 유 회장의 시각은 매우 심각했다. 유 회장은 케이블TV와 복수SO, 위성방송이 앞으로 과연 ‘공존-발전’ 관계가 될지 아니면 ‘공멸’하게 될지 다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케이블TV산업이 대단히 어려운 시기입니다. 지난 6년여 동안 케이블TV와 중계유선은 생존을 위한 혈전을 벌이면서 서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민형과 같은 저가형의 마케팅에 주력함에 따라 가격이 파행적으로 하향 평준화되는 심각한 국면에 처해 있습니다.”
유 회장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바로 ‘윈윈(win-win) 경영전략’이라고 말했다. 서로간에 입장이 상충되는 면이 있다고 해도 과잉 경쟁보다는 상호 협의를 통해 같이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 그동안의 경험에서 체득한 그의 경영철학이다.
유 회장은 씨앤앰이 이러한 케이블방송계의 파행적인 경쟁구도를 벗어나 상호협력을 통해 방송시장의 파이를 키워나가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방송인은 1922년에서 1938년까지 영국 BBC 초대국장을 지냈던 존 리스경이다. 그는 존 리스경은 방송의 교육적·문화적인 면을 강조, 영국과 전세계 방송계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 ‘국민이 원하는 것보다 필요한 것을 방송한다’라는 철학에 특히 큰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글=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사진=이상학기자 lees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