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IT교류 현장을 가다](7)완충지대를 이용한 남북 IT교류(2)

 한국언론재단 지원 특별기획-남북IT교류현장을 가다(7)

글싣는 순서

제2부

6. 완충지대를 이용한 남북IT교류(1)-제3국 활용방안

7. 완충지대를 이용한 남북IT교류(2)-비무장지대 활용방안

8. 북한 정보의 수집과 유통방안

9. 남북 IT교류 위원회(가칭)의 구성방안

10. 한단계 높은 남북 IT교류를 위하여

   

◆특별기획취재팀

팀장:서현진부장(인터넷부)

정동수기자(사진부)

온기홍기자(기획조사부)

유형준기자(IT부)

홍기범기자(증권금융부)

 

 완충지대를 이용한 남북IT교류(2)-비무장지대 활용방안

 

 비무장지대(DMZ:DeMilitarized Zone).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남북으로 각각 2㎞씩 분할된 약 6400만평의 광대한 지역으로 지난 50여년간 남북분단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지난해 9월 18일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경의선 복원공사를 착공한 지 1년만에 경의선 비무장지대 남쪽구간이 완공됐다. 덕택에 임진강 북단에서 경계초소가 있는 남방한계선 바로 앞 비무장지대 철책 근처까지 철로와 왕복 4차선 새 도로가 뚫렸다. 비무장지대 공사는 남북 당국간 합의가 이뤄지는 대로 남북이 동시에 착수하게 된다.

특히 남북 화해협력의 기운을 타고 경의선이 통과하는 비무장지대를 남북 교류협력기지로 이용하자는 갖가지

방안이 본격화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이 가운데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비무장지대를 활용한 IT테마파크의

조성과 IT협력단지 설립 움직임이다.

지난달말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통일IT포럼 창립1주년 기념세미나에서는 이 비무장지대를 활용한 가칭 ‘통일한국파크(Single Korea Park)’ 및 ‘통일IT벤처밸리’ 건설 구상이 처음 발표돼 큰 관심을 모았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강세호 유니텔 사장은 “비무장지대에 ‘통일한국파크’를 건설해 방송·영상·게임·모바일 분야에서 남북이 공동사업을 펼치는 한편, 남북한을 잇는 철도·육로의 접경지역에 ‘통일IT벤처밸리’를 세워 남한의 사업모델·시장성과 북한의 우수 기술인력을 결합함으로써 현재의 교류수준을 확대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통일한국파크’는 서울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위치한 100만평 규모의 지역에 이른바 ‘한국형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세워 남북교류를 가속화하는 문화관광 공유지로 만들겠다는 원대한 구상이다. 즉, 남북 완충지역을 활용해 방송·영화·디지털 콘텐츠의 제작에서 편집·유통·방송인 교육에 이르는 ‘방송 종합지원 사업’을 비롯, 각 연령대에 맞는 ‘계층별 테마파크 사업’, 관광사업, 방송영상 콘텐츠의 상품화와 해외시장 개척사업을 펼친다는 것이다. 이 계획에는 또한 자동차로 1시간내에 위치한 인천공항과 판문점을 북한 육로·철로 관광을 접목시키는 관광지로 조성함으로써 통일한국을 대표하는 아시아 관광 ‘허브’를 형성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음은 물론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 세미나에 참석했던 일본 총련계 고위관계자가 통일한국파크계획이 추진될 경우 “총련이 남북을 연결하는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건의하겠다”고 한 대목이다.

철도 및 육로 접경지역에 조성될 통일 IT벤처밸리 계획은 남북 IT협력 의지를 가진 남한기업들이 북한을 포함한 제3국시장을 개척하고 협력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체제를 형성한다는 포석을 깔고 있다. 이는 비무장지대가 남북 협력채널로 활용됨과 동시에 전세계시장을 겨냥한 방송영상 콘텐츠 상품화 및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전진기지가 될 수 있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내년 8월 ‘국제정보올림피아드(IOI-2002)’를 공동유치하는 한국정보과학회와 한국과학재단은 행사후 비무장지대에서 남북의 중고생들이 참여하는 컴퓨터경연대회 개최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찬모 포항공대 대학원장은 “남북 완충지역이나 남측의 통일마을과 같은 곳에서 남북 중고생들이 모여 컴퓨터 경연대회를 갖는 이상적인 방향”이라고 말하고 있다.

경기도 역시 오는 2010년까지 모두 3조7000여억원의 민간자본으로 북한 개성지역이 포함된 경기북부 접경지역을 5개 테마권역으로 나눠 종합적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비무장지대권역은 남북이산가족면회소·자연생태연구공원 등을 조성한 뒤 남북간 교류와 협력을 위한 한반도 평화생태 관광지대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렇듯 남북의 물리적·정신적 완충지역 역할을 하는 비무장지대를 활용한 남북 IT교류 협력모델이 관심을 모으는 데는 그 상징성만큼이나 사업효과도 클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선 무엇보다 남북간 투자보전협정이나 북한의 IT기반 여건조성의 미비, 바세나르협약으로 인한 고성능 IT품목의 북한 반입제한 등으로 인해 남한기업들의 북한 직접진출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비무장지대를 활용한 남북 IT 협력모델은 이런 제약들을 단번에 뛰어넘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비무장 접경지역을 이용함으로써 남북은 갈등을 줄이고 서로 이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비무장지대 IT 협력단지가 갖는 지리적 이점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협력단지가 남측 비무장지대 근처에

들어설 경우 북한 기술자들은 남한으로 출퇴근하거나 몇달씩 머물며 일하고 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남한은 IT인력난을 해소하면서 임금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다 인천국제공항에 들어설 국제업무단지에서 자동차로 불과 반시간 정도면 닿을 수 있어 외국업체와

바이어들을 끌어들이기에도 매력적이다. 반대로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여건도 유리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울러

비무장지대 남북 IT 협력단지는 서울·수도권과 가까이 있어 전문인력과 상용화기술을 확보하는 데도 수월하다.

통일IT포럼 해외자문위원인 김창준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은 “남과 북이 지역적 경계에 개의치 않고 휴전선 이남이나 이북에 남북한 공동으로 IT단지 조성을 통해 공통의 이익 아래 경제활동을 수행하는 것은 경제적 차원뿐만 아니라 통일을 위한 시금석을 놓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위해선 비무장지대를 열어야 한다는 데 있다. 비무장지대 안 공사에 들어가기 위해선 관련 절차와

방법을 협의할 남북 군사회담이 불가피하다. 우리 정부는 지난 2월 남북 군사실무회담에서 마련한 ‘경의선 공사

군사보장 합의서’의 서명·발효·교환을 촉구하면서 최근 북한에 군사실무회담 수석대표 접촉을 제의했으나 아직까지 북쪽에서는 반응이 없다. 특히 비무장지대 관통 도로연결·육로관광과 북측 최전방지대 개방문제는 북측 최고지도자의 최종 결심과 군부의 현실적인 사전준비작업 등을 거쳐야 할 사안인 만큼 현재로선 그 시기를 점치기

어렵다.

이때문에 비무장지대를 이용한 남북 IT교류 협력단지 형성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하지만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못했던 최근의 남북 IT교류 협력 진척 실태를 놓고 볼 때 비무장지대 활용방안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지난 반세기 동안 굳게 닫힌 비무장지대를 열기 위한 체계적인 준비와 지속적인 노력이다. 20세기 냉전 부산물인 ‘비무장지대’를 더 늦기 전에 남북 화해협력의 땅으로 개간해 나가야 할 때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인터뷰> 

 강세호 유니텔 사장

 강세호 유니텔 사장은 비무장지대를 활용한 ‘통일한국파크’ 설립을 직접 구상한 주인공이다. 지난달 통일IT포럼 창립1주년 세미나에서 이를 처음 발표했다. 강 사장은 “남북 완충지역은 비무장지대뿐만 아니라 심리적 완충지대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그를 만나 ‘통일한국파크’ 조성 의의와 남북 IT협력에 미칠 효과, 향후 방향을 들어봤다.

 ―비무장 접경지역을 활용한 남북 IT협력사업이 필요한 이유는.

 ▲지금까지 IT협력사업은 정부차원의 협력사업과 인도주의적 지원, 그리고 남에서 북으로의 일방적 협력이 주된 형태였다. 따라서 북한에서 기업활동을 통한 이득을 취하려는 민간기업과 초기투자를 유치하려는 북한과의 갈등이 알게 모르게 나타나게 된다. ‘비무장접경지역’이란 이러한 양측의 갈등을 해소하며 최적의 상호이득을 제공할 수 있는 완충지역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비무장 접경지역을 활용한 사업효과는.

 ▲비무장 접경지역을 민간 경제협력을 위해 사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비무장지역이 남북경협을 위해 열리게 되면, 남과 북의 중요한 물리적 채널로서 향후 남북통일을 가속화하는 기폭제로서의 효과를 얻게 될 것이다.

 ―‘통일한국파크’ 조성에서 비무장지대의 중요성은.

 ▲통일한국파크는 IT분야의 응용서비스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것이다. 남북 IT협력의 성공요인 중 하나로 ‘시장’이 형성돼야 한다. 인천공항에서 30∼40분내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비무장지대에 통일한국파크를 건설하게 되면, 외국으로부터 영상문화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위성방송시대에 대비한 디지털 영상 콘텐츠 산업의 육성을 통해 국내외시장을 개척하는 일익을 담당할 것이다.

 ―‘통일한국파크’ 조성을 위해 필요한 조치와 과제는.

 ▲비무장지대를 열기 위한 남북간 대화 등 정부차원의 지속적인 노력과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민간 IT협력의 환경 조성, 그리고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 확보 방안 및 마스터플랜 수립 등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