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고급 연구인력들이 정부출연 연구기관 공채에 몰리고 있다.
더욱이 이 같은 추세는 기업체의 연구개발(R&D) 인력 축소와 박사 학위 이수과정자의 취업난이 맞물리면서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16일 연구계에 따르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최근 실시한 60여명의 연구인력 공채에 석·박사급 702명이 지원하는 등 평균 11.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지원자 출신 대학을 보면 서울대·한국과학기술원(KAIST)·포항공대·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ICU) 등 4개 대학과 해외 대학을 졸업한 고급 두뇌가 117명에 달한다.
특히 이번 공채에는 박사 학위자만도 무려 80명이 응시, 전자·정보통신 관련 분야 석·박사로 한정한 모집 자격요건까지 감안하면 최근 들어 출연연이 안정적인 직장으로 인기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국내 항공우주 분야 석학들이 모여 있는 항공우주연구원이 최근 실시한 20명의 석·박사급 공채에서도 해외 과학자가 13명 응모했으며 서울대·KAIST·포항공대 등 국내 주요 대학 출신 지원자가 267명에 달해 1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18명의 박사급 인력을 충원한 생명공학연구원의 경우 국내외에서 75명이나 지원, 박사후과정(Post-Doc)을 마치고 일정 경력을 요구한 지원조건에 분야별 전문성까지 감안하면 국내 대학 등에서 근무하고 있는 고급인력을 제외한 70∼80%에 달하는 바이오 분야 인력이 생명연의 문을 두드린 것으로 보인다. 생명연 측은 외국에 근무하는 과학자의 경우 내년 인력충원자로 내정돼 있으나 현지 사정으로 올해 귀국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고급인력이 대량 유입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출연연 관계자는 “벤처 붐이 수그러들면서 갈 곳을 찾지 못한 고급 연구인력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출연연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막대한 R&D 수익을 창출해온 국책 연구기관에서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두뇌집단의 일원으로서 연구에 전념할 수 있다는 메리트가 과학기술 분야 우수 인재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