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 붐’과 함께 급부상했던 웹호스팅 업계가 저가 출혈 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시장침체는 가속화되고 있고 수요는 주춤한 데 비해 신생업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완전무료, 또는 덤핑을 일삼는 신규업체가 급증해 시장이 혼탁해지고 일부 업체가 도산하는 등 폐해가 심각해지고 있다. 웹호스팅 분야의 건전한 육성을 위해서는 정부와 산업계가 공동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웹호스팅은 홈페이지 구축과 운영에 필요한 서버 장비, 전용선을 제공해 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웹호스팅 시장현황=한국인터넷정보센터에 따르면 웹호스팅업체는 지난 99년말 600여개 를 넘어선 데 이어 현재는 2000여개에 육박하고 있다. 업체의 급증은 우선 이 분야가 진입 장벽이 낮아 몇백만원의 투자비와 소수인원으로도 운영이 가능한 데에 기인한다. 실제로 서비스에 필요한 시설과 전문인력도 갖추지 않고 개인사업 형태로 운영하는 사업자도 부지기수다. 여기에 최근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종합인터넷기업들이 부가서비스의 하나로 웹호스팅 사업을 제공하면서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그나마 웹호스팅 분야에서 고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는 업체는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도미노 도산 위기=공급에 비해 수요가 턱없이 부족하면서 저가 출혈 가격경쟁이 기승을 부리면서 ‘도미노 도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지금과 같이 완전무료 혹은 원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가격을 제시하는 업체가 있는 한 결국 모든 업체가 재정난을 피할 수 없다는 분석에 연유한다. 웹호스팅 사업은 다른 인터넷 사업과 달리 장비구축, 회선도입, 공간확보 등 선행 투자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출혈경쟁 구도에서는 이 같은 투자는 꿈도 꾸기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서비스 품질은 하향평준화되고 결국 고객이 외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실제로 지난달 말 중견 웹호스팅 업체 가운데 하나였던 N사가 재정압박을 견디지 못해 사업을 포기한 것은 이 같은 도미노 시나리오의 신호탄이라는 시각이다.
△탈출구는 없나=가장 손쉬운 해결책은 ‘공정경쟁과 가격질서의 확립’이다. 하지만 이는 신생업체의 진입 전략 중 대표적인 무기가 가격이라는 점에서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고가와 저가 상품으로 양분되도록 시장환경을 조성하고 고객이 합리적인 판단으로 이를 선택할 수 있도록 채널만 열어 주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보다는 공통된 목소리와 산업계의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협의체나 협회 설립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협회를 통해 가격 가이드라인이나 공정경쟁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웹호스팅 분야 역시 등록제가 아닌 서비스 품질에 따른 허가제를 시범적으로 시도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이인우 오늘과내일 사장은 “웹호스팅이 인터넷산업 발전에 필요한 분야라면 정부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이제는 공정경쟁이 필요하다는 원칙론보다는 이를 어떻게 실현할지에 대해 정부와 학계, 산업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