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EC) 시대, 종합상사는 정말 불필요한 걸까.’
기대 이하의 수익. 거기에 경기위축까지 겹쳐 올 한해 대부분의 종합상사들은 지난해 야심차게 시작한 e비즈니스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투자도 아끼고 있다. 이같은 현상을 두고 산업 안팎에서는 ‘역시 종합상사의 갈 길은 없는 것인가’는 회의론도 도출됐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사업자들은 내부적으로 여전히 EC 시대를 대비한 ‘e상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 특히 e마켓이란 비즈니스 모델의 필요충분조건으로 오프라인 인프라의 중요성이 재차 확인되면서 무역의 노하우와 관련 인프라를 갖고 있는 종합상사들이 EC의 한 축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들의 확신은 모든 기업들이 사설 e마켓을 구축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개 e마켓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e마켓 운영자는 거래 양 주체에 안정적이고 강력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결국 이 역할이 기존 무역의 각종 정보를 갖고 있는 상사가 최적이라는 견해다. 다만 업종별 특징에 따라 공개 e마켓의 성장 시기가 다른 만큼 e마켓 설립에 좀 더 신중을 기해야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종합상사들의 e상사 전략에 대해 e마켓 기획 및 운영뿐 아니라 물류·전자무역지불결제시장·전자문서교환(EDI) 등 소위 ‘서드파티’ 분야의 진출을 권한다.
서드파티는 독립시장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이미 무역대행업을 하면서 관련업무를 직간접적으로 운영해 본 노하우를 살릴 경우 종합상사가 그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IT에 기반한 ‘창고관리업’을 추진하고 있는 LG상사나 트레이드카드와 같은 세계 전자무역지불결제분야에 참여하고 있는 SK글로벌의 전략이 이런 예다.
이와 관련, 한국무역협회 최용민 과장은 “e상사의 개념이 먼저 출발한 일본의 경우 미쓰이물산과 미쓰비시상사는 각각 20개, 30여개의 e마켓을 산하에 두고 기존 무역에 해당하는 국제간 거래를 염두에 두고 있다”며 “e마켓이 오프라인 인프라를 갖추지 못할 경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면 오히려 종합상사들의 기존 인프라 활용은 어느 때인가 크게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편 한·일 양국 정부가 공동 추진하고 있는 국제간 B2B사업(e트레이드 허브 구축)에는 미쓰이물산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미쓰이물산은 국내 현대자동차에 대한 신일철 제품의 무역대행과 관련, EDI 서비스 구현을 준비중이다. 국내에서는 LG상사가 프로젝트 참여를 검토중이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