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정보기술(IT) 산업인 애플리케이션서비스임대(ASP)업에 정부 차원의 다각적인 지원책이 마련되고 있는 가운데,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공공부문이 우선적인 수요를 선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정보통신부·산업자원부 등 유관 부처에서 각종 시범사업을 내놓으면서 민간부문 시장활성화를 꾀하고 있지만, 정작 주무부처를 비롯해 행정·공공기관들은 ASP 도입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불황타개책으로 나온 각종 지원사업을 반기면서도 정부기관들의 이같은 관행에 ‘이율배반’적인 모습이라며 꼬집고 있다.
16일 관계 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올 초부터 정통부·산자부·중기청 등 유관부처들은 중소기업 ASP 시범사업, 중소기업 IT화 사업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면서 ASP 시장촉매제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정통부는 ASP 확산·보급 사업에 45억원의 예산을 투입키로 하는 비교적 대규모 지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들 관련 부처는 물론이고, 현재까지 정부·공공기관 가운데 ASP 방식으로 소프트웨어(SW)를 임대 사용하는 사례는 단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온라인 서비스는 수시로 기능향상이 불가피한 바이러스백신 프로그램 정도가 고작이다. 지방 산하기관을 합치면 많게는 수천명에 달하는 각 부처 전산이용자들의 SW가 모두 내부시스템 형태로 구축, 운영되는 것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정부·공공기관들이 ASP를 이용하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업무 특성상 보안이 필요한 서류가 많은데다, 행정용 시스템에 적합한 ASP 솔루션이 없고 현재의 네트워크 수준도 인터넷 서비스를 수용하기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업계는 여전히 ASP에 대한 인식이 뒤처진 결과라고 지적한다. ASP 업계 관계자는 “보안성·네트워크용량 등은 민간 업계도 마찬가지 문제이고, 행망용 버전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공공부문의 수요가 전혀 없다”면서 “각종 지원사업도 정부측은 발을 빼고 있어 결국 민간부문을 시험장 정도로 여기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특히 ASP에 대한 정부·공공부문의 외면은 정통·산자부를 제외한 비IT 부처로 갈수록 심해 교육홍보와 인식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건교부 전산담당 관계자는 “ASP라는 용어조차 생소하다”며 “매년 일정 물량의 SW를 자체 구입하던 관행을 굳이 빌려쓰는 형식으로 바꿀 필요는 못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전자정부 사업이 본격화하는 시점에 맞춰 공공 전산시스템도 외부 전문업체로부터 효율적인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법조항 정비 등을 통해 ASP의 단계적인 도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이같은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 “추후 서비스 안정화 추세를 감안해 일부 산하기관부터라도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