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서 한국유통정보센터(이사장 박용성)를 한국유통·물류진흥원으로 격상시키는 방안을 포기하는 대신 실질적인 산하기관으로 편입시키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따라 유통산업발전법에서 핵심 개정 조항이던 한국유통·물류진흥원 설립안을 아예 삭제한 채 이번 정기국회 통과를 추진하게 됐다. 본지 9월 17일자 12면 참조
산자부는 당초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골자로 ‘현 유통정보센터를 유통·물류진흥원으로 격상해 산하기관으로 둔다’는 계획이었다. 올 가을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킨 뒤 내년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일정을 감안하면 유통정보센터는 늦어도 내년 초부터는 소속기관인 상의와 분리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지난달 공청회 등을 통해 이 같은 개정안에 대한 주변의 따가운 여론이 쏟아지자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는 게 산자부 측의 설명이다.
산자부 김종갑 산업정책국장은 “상의와 센터 측의 반발이 심해 조직 자체는 그대로 두되 기능과 역할을 격상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의가 유통정보센터를 ‘사실상’ 산자부 산하기관으로 넘겨주는 방안을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굳이 부담스런 법개정 절차를 통하지 않고 유통정보센터의 출연금·이사진 구성 등을 바꿔 산하기관으로 편입시킬 수 있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산자부는 상의와 모종의 ‘교감’이 있은 것으로 알려져 세간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현재 산자부는 유통산업발전법과 함께 상공회의소법 개정작업도 진행 중이다. 줄곧 유통정보센터를 산하기관으로 두고자 한 산자부는 상의와 센터가 반대를 굽히지 않을 경우 상의법 개정안이라는 칼자루를 휘두를 수 있는 입장이었다. 여기에 현 박용성 회장의 두산그룹도 두산중공업이 구조조정 대상 1순위에 올라 있는 처지여서 정부 측에 함부로 밉보이기 힘든 상황이다. 이래저래 고심할 수밖에 없던 박 회장은 결국 상의라는 큰 집을 살리는 대신 유통정보센터에 대한 미련을 버리게 된 형국이다. 이 같은 딜의 형태도 법률 조항으로 삽입하는 부담을 덜 수 있게 돼 산자부로서도 반길 만한 결론인 셈이다.
한국 유통정보의 역사를 만들어온 유통정보센터는 지난 10년의 상의 시대를 마감하고 연말부터 대대적인 조직개편 등 다양한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 상품코드 등록·관리사업을 비롯해 공급망관리(SCM)·전자카탈로그·B2B 등 유통정보센터의 다양한 활동력도 내년부터는 산자부 산하기관으로서 달라진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한 산하기관 관계자는 “민간단체가 제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문성과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며 “정부 산하기관으로 편입될 경우 인사외풍 등 내부 반발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