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은행들이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했음에도 이에 따른 국내 증시 영향은 미미했다.
16일 하이닉스반도체는 40원 하락한 1015원에 장을 마쳐 이날 반도체주의 전반적 약세를 감안할 때 큰 충격은 없는 모습이었다. 거래소시장과 코스닥시장도 이날 안정적 상승세로 장을 마감, 하이닉스에 대한 우려는 일부의 생각처럼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디폴트 선언에도 불구하고 하이닉스의 주가에 별 반응이 없었던 것은 그동안 하이닉스에 대한 투자가 다분히 ‘투기성’이 포함돼 있었다는 것을 나타내는 신호로 풀이된다. 일반 기업에 대해 이런 루머가 돌았다면 해당기업의 주가는 폭락을 피할 수 없었겠지만 하이닉스는 이미 디폴트 상태에 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해외 채권단의 디폴트 선언에도 하이닉스의 입장이나 회사 정상화 과정 등에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는 반응이다.
정창원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디폴트 선언은 외국 채권단이 하이닉스 처리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선언적 성격이 강하다”며 “디폴트는 지급불능을 뜻하지만 외국 은행들이 채무 자체를 포기한다기보다는 국내 채권단에 대해 한차례 시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소시에테제너럴 등 9개 외국은행들이 중도상환을 요구한 4600만달러(600억원 규모)는 하이닉스의 전체 채무 7조4000억원의 1%에도 미치지 않는 작은 규모다.
주채권 은행인 외환은행의 한 관계자는 “전날의 디폴트 선언에도 국내 채권단들의 큰 그림에는 차이가 없다”며 “디폴트 선언에 따른 별도의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있으며 그동안의 계획대로 하이닉스의 정상화 방향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해외 채권단의 움직임으로 외환·한빛은행 등 주 채권은행을 제외한 소규모 채권 금융기관들의 동요는 확대될 수 있다. 하이닉스는 물론 국가 전체의 대외신인도에 손상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할 요소다. 또 이번 조치로 하이닉스가 국내 금융기관과의 거래에는 큰 무리가 없겠지만 해외에서의 금융거래나 추가적인 자금조달(CB·DR 등을 포함)에는 제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