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빅4 온라인 사업 행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LG유통 등 빅4 유통업체들이 매장 출점 못지 않게 온라인사업 몸집불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른바 ‘클릭앤드모르타르’의 전형적 모델이라며 전자상거래(EC)에 뛰어들었던 이들은 모기업의 독특한 경영전략과 추진형태를 온라인사업에 그대로 반영하면서 최근 들어 독자적인 색깔을 드러내고 있는 추세다. 오프라인 매장의 브랜드파워와 신뢰성, 자금력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소비자들에게 흡인력을 지닐 수 있다는 장점은 공통적이지만 사업확장을 추진하는 방식은 제각각인 셈이다.

 롯데는 롯데닷컴(대표 신동빈 http://www.lotte.com)이 그룹의 EC사업 전부를 도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할인점의 인터넷 쇼핑몰을 비롯, 현재 준비단계인 그룹내 소모성자재(MRO) e마켓과 식품 e마켓도 롯데닷컴이 운영키로 한 상태다. 롯데닷컴에 온라인사업 밀어주기는 국내 최대 유통그룹의 온라인사업 전위부대이자 그룹 차기 후계자로 거론되는 신동빈 부회장의 직속 계보라는 지위 덕분이다. 그룹내 또 다른 온라인 사업부문 책임자는 “롯데닷컴의 외형과 실적이 신 부회장의 경영성적표로 여겨지기도 한다”면서 “그러나 백화점·제과 등 주력 계열사들과의 역할조정 등은 여전히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숙제”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올 예상 매출 1100억원에, 연말께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롯데닷컴은 내년이후 급격한 외형신장이 가능할 전망이다.

 현대백화점의 EC계열사인 e현대백화점(대표 강태인 http://www.e-hyundai.com)은 독자적인 사업기반 조성과 함께 주력 계열사들과의 연계협력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강태인 부사장이 직접 챙기는 것이나 오는 11월 중순 개통 예정인 현대홈쇼핑의 인터넷 쇼핑몰사업도 e현대가 맡기로 한 것은 이같은 전략에서다. 전략품목에서도 e현대는 백화점 상품을 자사브랜드(PB)화한 의류·잡화, 인터넷슈퍼 등에 힘을 쏟아 가전·컴퓨터를 중심으로 한 경쟁사들과 차별화시키고 있다. e현대는 특히 관계사로 다코시스템·미즈플러스·윌비닷컴·현대사이버 등을 두면서 내부적으로는 그룹내 온라인사업 전반을 관장하고 있다.

 LG유통(대표 강말길 http://www.lgmart.co.kr)은 롯데·현대와 달리 본사가 직접 온라인사업을 펼치는 경우지만, 상위 5대 유통기업 가운데 온라인사업 비중이 가장 높다. 올 예상 매출 1조여원 가운데 7%선인 700억원 가량을 온라인이 벌어들일 것으로 보인다. 롯데·현대가 B2C에 치중하는 것과 달리 LG유통은 전통적으로 MRO 등 B2B에 강점이 있다는 점도 구별된다. LG유통은 올해 온라인 MRO에서만 500억원을, 내년에는 2배인 100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인터넷슈퍼마켓에 신규 역량을 쏟으면서 종합몰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신세계(http://www.shinsegae.com)는 온라인 쇼핑사업을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인 신세계I&C(대표 권재석)가 맡고 있는 특이한 형태다. 백화점의 ‘사이버몰’을 비롯해 할인점인 이마트의 ‘사이버이마트’, 유통·호텔·식자재·건설 등 최근 개통한 그룹내 MRO사업도 신세계I&C가 챙기고 있다. 올해 예상 매출이 각각 168억원, 42억원으로 예상되는 사이버몰·사이버이마트 실적이 포함됨으로써 신세계I&C의 무시못할 매출기반이 되고 있다.

 이처럼 대형 유통업체들이 저마다 특색있게 온라인사업에 나서고 있지만 LG유통을 제외한 어떤 곳도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점은 또 다른 관심거리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적 연계효과도 중요하지만 독립법인이라면 독자 생존은 기본”이라며 “현재로선 모회사의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권에 진입하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과제”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