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의 빌 게이츠 회장은 이번 짧은 국내 체류기간 동안 삼성전자·한빛은행·한국통신 등 국내 주요 업체 임원들과 만나 다양한 협력방안을 논의한다. 특히 이번 방한은 윈도XP 출시, 닷넷 플랫폼으로의 전환 등 중요한 현안을 앞둔 시점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MS의 한국시장 진출전략과 차세대 마케팅 전략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배경=MS가 국내 업체들과 전방위 협력을 강화하는 배경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닷넷 전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윈도와 오피스를 앞세워 데스크톱PC 시장을 평정한 MS는 그 기세를 엔터프라이즈 시장으로 몰아나가고 있다. 닷넷 전략은 사용자가 장소와 시스템의 플랫폼을 불문하고 인터넷 접속기능이 있는 디바이스를 통해 데이터에 접속해 업무를 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MS는 닷넷을 구현할 수 있는 개발툴과 운용체계, 인터넷서비스 등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닷넷 전략이 실현되지 않는다. 닷넷 전략의 실현을 위해서는 이를 지원하는 하드웨어와 네트워크 기술, 그리고 레퍼런스 사이트가 필요하다. MS가 삼성전자 및 한빛은행과 제휴를 맺은 것은 이러한 필요조건을 채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MS는 삼성전자와의 제휴를 통해 세계 정보가전시장을 노린 사전포석을 놓고 한빛은행 등 기관과의 제휴에서는 닷넷 전략을 실제 엔터프라이즈 환경에서 구현한 사례를 구축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려는 복안이다.
물론 삼성전자도 일본 업체와의 경쟁에서 정보가전시장의 주력 업체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MS라는 세계 정보기술 업계 거인의 후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빛은행도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비용을 MS에서 보조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제휴를 적극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의의=MS와 삼성전자는 지난 8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전자제품 전시회에서 홈서버 공동개발에 대한 합의를 이룬 바 있다. 이번 제휴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홈네트워킹 전송방식인 홈와이드웹(Home Wide Web)과 MS의 윈도XP기반 홈네트워킹 표준인 유니버설플러그앤드플레이(UPnP)의 호환을 전체 디지털가전으로 확대한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홈네트워킹 기술이 적용된 정보가전 시장규모는 오는 2005년 약 36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예상되는 이 시장을 둘러싸고 이미 세계적인 업체들은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홈네트워킹 표준을 차지하려는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지금까지 홈네트워킹 표준 자리를 놓고 소니, 히타치, 샤프, 도시바, 필립스 등 주로 일본 업체로 구성된 하비(HAVi) 컨소시엄을 비롯해 MS의 UPnP,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지니(JINI), 삼성전자의 홈와이드웹 등이 팽팽한 접전을 펼치고 있었지만 MS와 삼성전자가 의기투합함에 따라 판도변화가 예상된다.
데스크톱PC를 근간으로 하는 MS의 시장지배력에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기술력이 더해진다면 경쟁사에 비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MS의 협력사라는 이점을 살려 차세대 디지털가전의 내수 및 수출에 큰 호재를 맞이한 셈이다.
MS와 한빛은행의 제휴는 세계 최초로 구현되는 닷넷 전략의 실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제휴는 한빛은행 직원들이 사용할 모바일 업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분산돼 있던 각종 업무용 애플리케이션과 데이터를 하나의 단일한 환경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MS는 이 시스템을 구축해 아직 추상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는 닷넷 전략을 구체적으로 알릴 수 있는 사례로 활용할 것이다. 차세대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한빛은행은 다른 금융사에 비해 한 발 앞선 환경을 만들 수 있으며 더욱이 그 비용을 MS와 공동 부담한다는 차원에서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전망=삼성전자는 경쟁관계이던 MS와 손을 잡았기 때문에 홈네트워킹 표준보다는 하드웨어 개발 및 판매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시장에서 맞붙을 일본 업체와의 한판 승부를 위해서도 하드웨어와 홈네트워킹 표준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기보다는 경쟁력을 갖고 있는 하드웨어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양사는 11월 열리는 컴덱스에 함께 개발한 홈서버 시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컴덱스에서 이 제품이 주목받으면 양사의 협력관계는 더욱 강화될 것이며 국내 설립 예정인 미디어센터를 세계시장을 겨냥한 정보가전의 메카로 육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한빛은행이 추진중인 차세대시스템 사업에 MS가 일부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빛은행은 이번 모바일뱅킹 플랫폼 공동개발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협력범위를 확대할 방침이기 때문에 모바일뱅킹 나아가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차세대시스템 개발에 MS가 참여할 수도 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