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부품업계 위기 탈출 `극약처방`

 세계적인 IT산업 경기 침체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국내 주요 전자부품업체들이 구조조정, 한계사업 퇴출, 공격적 마케팅 등 다양한 위기 극복 처방을 통한 매출 만회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우려되는 전자부품업체들은 남은 2개월 반 동안 매출을 최대한 끌어올려 적자만은 면해보자는 비상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LG이노텍(대표 김종수)은 이동통신부품사업의 부진으로 설립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지 모른다는 우려속에 ‘사생결단’이라는 비장한 구호까지 내걸고 매출목표 달성을 위해 배수진을 쳤다.

 지난 7월 일부 경영지원조직과 함께 광주로 사무실을 옮긴 김종수 사장은 최근 이동통신부품과 광부품 생산기지인 광주공장에 아예 상주하는 현장경영을 통해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LG이노텍은 또 올해부터 사업부별 상여지급을 실시해 올해 사업성과가 좋은 방산사업부에만 상여를 지급하는 차별정책을 펼친다는 구상이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전년대비 600억원 늘어난 6500억원 규모의 매출이 예상되지만 순이익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방산·시스템·튜너·모터·표면탄성파(SAW)필터 등 일부 사업은 흑자가 됨에도 광부품과 PA모듈 등 이동통신부품 수출부진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대표 이형도)는 3분기 영업이익에서 49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돼 13개 구조조정대상 사업의 정리를 서두르는 등 이익률 확대에 전력 투구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최근 2600억원 규모의 세트톱박스 사업을 삼성전자에 매각하는 등 범용LED(서울반도체에 이관), 오디오데크, 하드디스크드라이브용 스핀들 모터와 팬모터를 매각 또는 철수했으며 마이크로CS, 게임기용 드라이브 등 철수대상 5개 사업과 OPC드럼, 세라믹기판, 모터용 자석 등 분사대상 3개 사업의 정리를 이르면 11월중으로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정리대상 사업은 지난해 총매출의 16%인 6800억원의 매출을 차지했지만 이익률이 2.6%밖에 되지 않아 이들 사업을 정리할 경우 20∼25%의 경상이익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삼성전기는 기대했다.

 삼성전기는 해외법인 운영도 국내 세트업체 해외진출에 보조를 맞춰온 ‘메이드인 마켓’ 전략에서 철저히 경제성을 중시하는 전략으로 선회, 철수를 포함한 전면 재조정에 나설 것을 검토하고 있다.

 JP모건증권은 최근 삼성전기의 올해 실적을 매출 3조475억원, 영업손실 496억원으로 당초보다 62% 하향조정한 추정치를 발표했고 내년 실적도 29.5% 낮춘 매출 3조5041억원, 영업이익 657억원을 예상했다.

 필코전자(대표 조종대)는 칩부품사업 분야의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최근 대만 왈신사와 제휴,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등 칩부품 판매에 나섰다.

 필코전자는 또 전직원의 30%에 달하는 인원을 정리하고 전체 생산의 50%를 내년까지 중국에 이전키로 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회사 조종대 사장은 “칩 인덕터 등 칩 부품의 가격과 수요가 함께 떨어져 이익이 전년의 3분의1 수준”이라며 “필코 설립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라는 생각이 들 정도지만 11월초 칩저항 신제품을 발표하는 등 전력을 재정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