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슬론XP가 출시되면서 한동안 뜸했던 인텔과 AMD의 CPU 경쟁이 다시 시작됐다. 이에 따라 사용자들도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펜티엄4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애슬론XP라는 새로운 시도를 할 것인가에 사용자들은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 어렵다.
이번 벤치마크는 이러한 고민에 도움을 주기 위해 인텔의 최신 펜티엄4와 AMD의 신제품인 애슬론XP를 비교해본다.
과연 최초로 2㎓에 도달하고 듀얼채널 램버스D램을 사용하는 인텔의 펜티엄4와 클록당 처리 명령어의 개수를 늘려 성능향상을 꾀한 AMD의 애슬론XP 프로세서 성능은 어떠할지 알아보도록 하자.
테스트에 사용한 프로세서는 423핀의 펜티엄4 1.8㎓와 애슬론XP 1800+를 기준으로 테스트를 실행했으며 애슬론XP가 실제로 1.53㎓로 작동하는 데 비해 펜티엄4를 1.8㎓로 테스트한 이유는 애슬론XP의 새로운 표기치가 사실상 경쟁사인 인텔 펜티엄4 프로세서의 클록에 비교해 명칭을 표기한 것이기 때문에 애슬론XP 1800+가 펜티엄4 1.8㎓ 제품과 비교할 수 있는 성능이라고 내세운 것이기 때문이다.
또 AMD와 인텔이 자신들의 프로세서에 가장 적합하다고 내세우는 솔루션이 각각 DDR SD램과 램버스D램이기 때문에 이 두 개의 솔루션과 함께 동일한 메모리로의 비교를 위해 일반 SD램 솔루션인 KT133A(애슬론용)와 845(펜티엄4용) 메인보드도 포함시켰다.
테스트 결과 전반적으로 애슬론XP의 약진이 보였다. AMD가 주장하는 새로운 CPU 속도 표기법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펜티엄4와 애슬론XP의 가장 큰 차이는 외형이나 이름이 아니다. 펜티엄 시리즈와 애슬론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줄곧 사용해온 모델명은 곧바로 동작클록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애슬론XP가 출시되면서 이 내용이 변화됐다.
인텔이 계속 동작클록을 제품명으로 사용하는 것에 반해 AMD는 동작클록을 이름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이름에 사용되는 수치는 단지 모델넘버라고 할 수 있다. 테스트에 사용한 펜티엄4 1.8㎓는 실제로 1.8㎓로 동작하지만 애슬론XP 1800+는 실제 동작클록이 1.53㎓다.
애슬론XP는 현재 애슬론 XP 1500+, 1600+, 1700+, 1800+가 있는데, 이 모델들의 실제 동작클록은 각각 1.33㎓, 1.40㎓, 1.47㎓, 그리고 1.53㎓다.
그렇다면 AMD는 왜 기존 표기와 다른 방식을 채택했을까. 그 이유는 애슬론XP가 기존 애슬론 제품과 다른 구조를 갖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지 동작클록으로 표시하지 않고 프로세서의 성능을 클록당 명령 수행수와 클록 속도를 감안해 정한 것이다.
486 PC 시절에 AMD와 사이릭스가 이러한 시도를 했지만 당시는 인텔이 CPU 시장을 독점한 상태였기 때문에 의미가 없었다. 이제 AMD가 다시 이러한 시도를 하는 이유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판단된다. 반면 먼저 1㎓를 넘기면서 승승장구하던 AMD가 인텔이 2㎓ 제품을 출시하면서 미봉책으로 내놓은 카드가 아닌가 하는 비판적 의견도 있다.
AMD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XP 출시와 함께 공동 마케팅을 펼친다고 한다. 개발 초기부터 AMD와 마이크로소프트가 긴밀한 공조를 이뤄왔다고 하니 새로운 운용체계와 새로운 프로세서는 더 강력한 성능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의 애슬론XP 가격은 아직 초기 물량이기 때문에 불안정하다. AM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000개 단위로 구입할 때 애슬론 1800+의 경우 개당 252달러, 1700+는 190달러, 1500+는 130달러다.
이 가격은 일반 소매가격이 아니고 여기에 환율을 적용하고 관세와 운송료, 적정 마진에 부가세를 더해야 국내 판매가가 나온다.
전체적으로 좋은 성능을 보였지만 AMD는 한가지 숙제를 남겨두고 있다. 상당히 약한 코어를 그대로 외부에 노출한 것이다. 금속으로 코어를 완벽하게 보호하고 있는 인텔의 펜티엄4에 비해 CPU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코어 손상에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코어 손상으로 인한 제품 파손에 대해 완벽한 사후 지원을 약속해야 할 것이다.
또 인텔 펜티엄4는 높은 발열량에 비해 열로 인한 손상이 거의 없고 온도가 지나치게 올라갈 때 자동적으로 동작클록을 낮추는 기능이 있다. 온도 한계점에 도달하면 CPU 작동이 자동으로 정지된다.
반면 AMD 프로세서는 애슬론이 처음 출시될 당시부터 안고 있는 고질적인 높은 발열량으로 인해 쿨링 솔루션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시스템의 이상증세가 발생하고 나아가서는 프로세서가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되는 문제까지 자주 보고되고 있어 이에 특별한 대책도 요구되고 있다.
<분석=원수연 raven@kbenc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