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산업 재조명](26)케이블TV 현황 및 경쟁력

 국내 케이블TV 시장은 6년이라는 짧은 역사를 갖고 있지만 95년 개국 이래 수많은 부침을 겪으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개국 당시만 해도 황금알을 낳는 산업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케이블TV 산업은 프로그램공급업자(PP)들의 과다한 초기 투자, 망사업자(NO)의 전송망 투자 대폭 축소, 실패한 방송정책 등의 이유로 3년간 업계 누적적자가 1조원을 넘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초 통합 방송법 시행 이후 케이블TV 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던 각종 법적 규제 등이 대폭 완화되면서 재건의 발판이 마련되고 있다.

 일단 외형적인 성장에 눈을 돌려보면 IMF를 전후해 감소세를 보이던 케이블TV 가입자는 99년 이후 꾸준히 증가, 약 100만가구에 이르렀다. 또 지난 5월 중계유선방송의 케이블TV방송국(SO) 전환으로 250∼300만가구의 중계유선 가입자가 연내 케이블TV 가입자로 이동할 것으로 보이는 등 케이블TV 시장은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SO의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토대로 케이블TV망을 통한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정보통신부가 지난 7월 기준으로 집계한 통계에 의하면 99년 9월까지 100만명에 못미치던 케이블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는 지난 7월 200만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2참조

 이같은 시장규모의 확대 속에서 케이블TV 업계의 구도 자체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SO업계가 단일 사업자 구도에서 복수SO(MSO) 체제로 급속하게 재편되고 있다는 점이다.

 새 방송법은 일정 자격을 충족시킨 중계유선방송사업자의 SO전환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38개 중계유선방송사업자들이 방송위원회로부터 SO전환 승인장을 받았으며 내년 9월 2차 SO지역 중계유선이 SO로 전환될 예정이다. 또 기존에 금지돼온 SO·PP·NO간 상호겸영 및 지분소유를 허용함으로써 MSO 및 MSP 등장을 가속화시켰다.

 이에 따라 내년 하반기 국내 SO의 총수는 최대 130개까지 늘어나고 이 과정에서 지역 사업자간 통합 및 인수·합병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점쳐진다.

 이미 씨앤앰커뮤니케이션·대호·온미디어 등 주요 9개 MSO가 소유하고 있는 SO수는 41개로 전체 SO의 52%에 이르고 있다. 2000년 전체SO의 총자산과 총매출액 대비 비중도 각각 56.0%, 54.6%에 이르는 등 MSO체제로의 재편이 현실화되고 있다.

 단일 SO들의 MSO화 전략은 가입자수 확대에 따른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매출 및 이익 증대는 물론 인접지역의 MSO화에 따른 네트워크 확보로 설비 공동사용 및 투자비 절감 등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다.

 특히 지상파·위성방송 등 타매체에 대한 경쟁력 및 PP와의 개별 계약 과정에서 수신료 배분 협상력이 강화된다는 점 등은 MSO의 출현을 보다 부추길 것으로 전망된다.

 SO업계는 물론 PP업계도 극심한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PP는 1·2차 PP 43개가 등장할 때까지만 해도 SO가 전 채널을 의무전송하던 것이 올해 3월 PP등록제가 실시되면서 완전경쟁시대에 돌입했다.

 3월 등록제 실시 이후 방송위원회에 신규 채널 등록을 마친 곳만도 190여개에 이른다. 그러나 PP의 경우 채널수 증가가 곧 시장의 성장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신규 PP가 위성방송 진입에 실패한 데다 단일 PP가 케이블TV 시장에 진입하기에는 한계가 너무도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PP업계에도 향후 1∼2년내에 다수 사업자가 정리되고 경쟁력있는 사업자는 MSP에 편입되는 등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단일 사업자가 SO 및 PP를 다수 운영하는 MSP의 경우 안정적인 자금 및 채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향후 시장을 주도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케이블TV는 내년초 위성방송의 본격적인 서비스 개시로 서둘러 디지털 전환작업을 마쳐야 하는 등 숱한 당면과제를 안고 있다.

 케이블TV가 경쟁사업자인 위성방송에 맞서 지속적인 성장을 거두기 위해서는 디지털화는 물론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해낼 수 있는 탄탄한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시점이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