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놉시스 파문` 어떻게 될까

 

 세계 1위의 반도체설계자동화(EDA)업체 시놉시스가 국내 반도체업체와 연구기관에 라이선스료 인상을 골자로 한 재계약을 요청하고 나선 것은 한국시장에서의 독점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하다.

 전체 EDA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갖고 있고 반도체설계과정의 핵심키인 합성(신서시스)툴 분야는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재계약 요구에 국내 업체들이 대부분 따라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시놉시스의 ‘강공’ 배경으로 꼽힌다.

 물론 시놉시스는 독점횡포가 아니라 한국시장이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 등 유수의 반도체업체들이 포진해 있는 데 반해 국제기준의 계약방식(시간기준의 러닝개런티)이 전혀 통용되지 않아 규모에 비해 적은 라이선스 비용을 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시놉시스는 최근 벤처붐을 타고 설립된 100여개의 시스템반도체 벤처기업들이 EDA툴 구입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시제품뿐만 아니라 양산용 제품까지 내놓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이를 불법복제의 증거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이번 기회에 한국시장의 총체적인 질서잡기까지 도모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은 시놉시스의 요구는 그동안의 관행과 한국내 현실을 너무 무시한 처사이고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관계를 단절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면대결도 불사한다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경기 후퇴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시놉시스가 지나치게 자사 이익에만 집착, 한국의 동반자들을 몰아붙여 파트너십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러닝개런티 논란=시놉시스가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 등 개별업체들을 대상으로 주장하는 ‘국제관행’이란 기존처럼 EDA툴을 한 번에 구입해 유지·보수비를 내는 형태가 아니라 리스 개념을 도입, 연간 사용료를 내는 방식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한국시장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부가가치 인식이 낮아 업그레이드 명목으로 받고 있는 유지·보수비가 미국 등 외국에 비해 3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고 이마저도 제대로 거두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대신 연간계약을 하면 구매비 부담을 덜면서도 별도의 업그레이드 비용을 물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국내업체들은 시놉시스가 한국에서의 제품판매가 포화에 이르자 수익성 제고 차원에서 새로운 요구조건을 내걸었다며 반박하고 있다. 또 시놉시스 주장대로 한다면 거액의 EDA툴 구입비가 자산으로 포함되던 기존 회계처리와는 달리 비용으로 잡히기 때문에 원가부담이 늘어나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업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놉시스가 계속 재계약을 압박한다면 경쟁업체인 신플리시티나 대만 인센티아 등으로 공급선을 바꿀 수밖에 없다는 방침이다.

 ◇과연 불법복제인가=이번 사태에서 엉뚱한 유탄을 맞게 된 것은 ITSoC센터에 입주해 있는 중소 반도체설계업체들이다. 시놉시스는 ITSoC센터가 중소업체들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공용 EDA툴을 사용하도록 한 것은 엄연한 계약위반이고 불법조장이라며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외부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처럼 개별업체에까지 공용 툴을 사용하도록하면 아무도 정품을 구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IT SoC센터는 지난 97년 ETRI산하 ASIC지원센터로 출범하면서 지금까지 약 16억원에 달하는 시놉시스 EDA소프트웨어를 구입했고 계약당시 중소업체 지원용이라는 전제가 있었기 때문에 공동 사용해왔다고 밝혔다. 또 수억원을 호가하는 EDA툴을 개별업체가 일일이 구비하려면 업체당 적어도 20억원이 필요한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어떻게 될까=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 등은 일단 시놉시스와 의견을 조율하겠지만 협상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자체 개발툴이나 다른 공급업체들을 찾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가격이 급락, 원가혁신이 급선무인 상황에서 시놉시스의 손을 들어줄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시놉시스의 시장지배력과 시놉시스 툴에 익숙해진 국내 설계기술자들이 쉽게 새로운 툴로 바꾸려 하겠냐는 지적과 일관생산라인(FAB)의 라이브러리를 추가하는 등의 번거로움이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ITSoC센터의 경우는 정통부·ETRI 등 관계기관과 협의, 정부자금을 추가 투입해서라도 공용 툴의 사용권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중소업체를 지원하기 위해서라도 시놉시스와 창구를 단일화해 협상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