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회의실에서, 학교 교실에서 그리고 가정의 홈시어터까지 최근 사용이 급증하고 있는 고가 전자제품이 바로 프로젝터다. 프로젝터가 국내시장에서 폭 넓은 보급화를 이뤄내는 데는 프로젝터 업계의 숨은 땀방울이 있었고 그 가운데 우미테크의 석경환 사장이 있다.
“프로젝터는 오늘날까지 개발된 영상디스플레이 장비 중 가장 강력한 툴입니다.” 석 사장이 프로젝터를 평가하는 말이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다소 생소하게 들리던 프로젝터는 작년 한해 국내 보급대수 1만7000여대로 급팽창한 데 이어 올해는 3만여대의 보급이 무난할 전망이다.
지난 93년 국내 프로젝터 초기시장에서부터 프로젝터 업계의 맏형으로 일해 온 석 사장은 최근 일본 플러스사의 세계 최소형 DLP프로젝터를 국내에 들여와 다시한번 프로젝터 업계에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우미테크가 프로젝터를 국내에 보급하기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프로젝터 시장의 성장가능성에 대해 모두가 반신반의했습니다. 당시 CRT방식의 프로젝터는 아주 거대한 몸체인 데다 고가의 장비였기 때문이죠.”
그러나 석 사장은 무엇보다 고품질의 영상을 보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해결해 줄 수 있는 혁신적인 개념의 디스플레이장비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일본 NEC사의 제품으로 승부를 걸었습니다. SI사업을 하면서 얻은 기술력과 서비스 체계를 바탕으로 전국 유통을 개시했죠. 사업초기 고전했지만 그래도 신념을 갖고 밀고 나갔고 결국 국내에서 시장점유율 3위를 차지하는 개가를 올렸습니다.”
그러나 너무 잘 나갔던지 시장은 확장일로에 있었지만 시련이 닥쳐왔다. 일본의 NEC와 직접 거래하기에 당시 우미테크는 작은 회사였기 때문에 국내 대기업인 효성을 단순경유해 제품을 공급받은 과정이 화근이 됐다. 공격적인 영업정책을 펴나가면서 8년여의 거래관계를 지속해 온 효성과도 제품공급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부분을 간과했고 급기야 지난해 10월 프로젝터를 효성이 독자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통보가 전달됐다. 그 때까지 전국대리점 영업조직 및 AS체계 구축 등을 위해 해 온 우미의 모든 노력이 일시에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생애를 통해 가장 힘들었던 때였습니다. 사업에서 누구를 믿는다는 게 이렇게 무모한 일이 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죠.” 우미테크는 영업권과 상도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판례를 남기겠다며 효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영업정지가처분신청이 대법원에 계류중인 상태다.
그래도 우미의 노력이 헛되지만은 않았다. 우미테크의 처지가 업계에 전해지면서 국내외의 프로젝터 제조업체들로부터 새로운 거래제의가 쏟아졌다.
DLP 프로젝터의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 플러스사와 공급계약을 맺은 이후 삼성전자의 NX-2000모델 500대를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기회도 잡았다.
최근에는 LCD 프로젝터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 에이끼(EIKI)사의 프로젝터 전모델에 대한 국내 독점판매 계약을 체결했고 일본의 미쓰비시사와의 계약도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일본의 플러스, 에이끼, 플러스, 미쓰비시와의 계약체결로 우미는 명실상부하게 국내 프로젝터 업계 중 최강의 제품 라인업을 확보하게 됐다.
요즘 석 사장은 몹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우미를 믿고 제품공급을 허락해 준 제조사들의 기대를 져버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보다 좋은 서비스와 가격으로 양질의 제품을 공급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다.
“아직도 국내 프로젝터 시장은 더 큰 성장을 앞두고 있는 분야입니다. 특히 조달 등을 통해 무너진 가격과 업계간 출혈경쟁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제부터 맏형으로서의 역할에 더욱 충실할 생각입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