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KT)이 국내 IT기업들과 추진하고 있는 전략적 제휴 형태의 세계진출전략은 우리의 IT산업을 향후 국가적으로 어떻게 끌어갈 것인가라는 대명제를 해결할 열쇠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허명뿐이었던 우리의 IT산업=지금까지 우리의 IT산업은 IT강국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실제로는 그 국제적 위상과 평가와는 다르게 수출효과로 이어지지 못했던 게 현상황이다.
내부적으로는 국가전략산업이라고 했지만 거품이란 비난을 받기에 충분할 정도로 수출면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최근 KT와 IT기업간의 수출연합전선은 국가전략산업으로서의 IT를 자리매김하게 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을 던져주고 있다.
우리의 IT산업이 틀을 갖춘 것은 사실 98년 하반기 이후 ADSL 등 초고속인터넷 보급을 발판으로 네트워크 등 장비산업은 물론이고 콘텐츠산업, 솔루션산업 등 인터넷관련 신산업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부터다. 3년 만에 세계가 놀랄 정도의 성장을 거듭했던 대표적 산업이다.
통신서비스사업자가 선도적 투자를 통해 신규수요를 직접적으로 창출했고 그 결과 수많은 신산업이 통신사업자의 투자를 바탕으로 직간접적으로 성장하고 세계적 평가를 받았던 게 우리의 IT산업이었다. 국가적으로 700만이 넘는 초고속인터넷가입자 확보는 OECD, ITU가 꼽는 모범적 통신사례로 평가받아왔다.
◇사업자만 혜택=사업자 입장에서 국내 초고속인터넷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통신은 각종 정보통신관련 국제회의에서 과분할 정도의 주목을 받아왔으며 또다른 한편으로는 최근의 극심한 IT침체 속에서도 성공적인 DR발행이란 대가로 보답받았다.
특히 KT와는 직접적 연관성이 없는 정부 차원의 공공정보화 추진과정에서의 성공사례도 세계시장에서는 KT를 먼저 찾게 했다.
한국의 초고속인터넷 보급활성화, 공공정보화의 성공적인 구축, 전자상거래 등 미래형 정보통신기술에서 세계 IT전문가 및 개발도상국들은 KT의 권위를 인정하고 있다.
과거 우리가 항상 벤치마킹했던 싱가포르와 일본이 KT의 초고속인터넷 구축경험과 EDI 등 정보화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수없이 찾아왔다.
문제는 700만 초고속인터넷 보급과정에서 성장한 장비산업과 신산업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견기업, IT벤처도 해결방도를 찾지 못했다.
ADSL 등 장비업체들은 내수가 정체상태에 접어들면서 세계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지만 신통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각종 전시회 참여 등 수출전략화를 위해 적극 나서왔지만 결실을 보지 못했다. 특히 IT벤처들은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정보취득면에서도 어려움을 겪어왔고 수요처를 발굴하는 데도 난항을 겪었다. 이 때문에 국내 IT벤처에 수출시장 개척은 성과가 없는 비용지출사업이었다.
장비업체나 솔루션, SI·NI기업에 국가적인 초고속인터넷 및 정보화의 성공은 통신사업자의 성공과 달리 별다른 수혜를 받지 못했다.
◇윈윈게임의 시작=이같은 상황에서 시작한 KT-IT기업간 수출연합전선은 양자에는 물론이고 국가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통신사업자로서 KT는 초고속인터넷이나 포털구축 등에서 축적한 경험 및 노하우를 수익으로 연결시킬 수 있고 이를 신규전략사업으로 연결지을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KT가 국제 IT시장에서 갖춘 브랜드이미지 및 인적·조직적 네트워크는 커다란 배경이 될 것이다.
이를 감안, 가재모 KT 글로벌사업단장은 “이같은 해외사업에서 2004년 1조원 이상의 수익을 가져오는 IT종합상사로 탈바꿈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비업체, 솔루션기업, SI·NI기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해외시장을 공략해야 하는 상황에서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한 KT와의 동반진출은 가능성을 높여준다. 특히 KT와 IT기업의 상호간 정보교환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과제=문제는 정부차원의 지원이다. IT강국을 이끈 정부는 이제 외교적 차원에서 이를 승화시켜야 한다. 또한 국내업체들이 주로 진출하고 있는 국가가 이머징마켓인 점을 감안해 수출보증이나 수출자금지원 등 제도적 지원책도 충분히 강구해야 한다.
이와 함께 향후 성장산업으로 꼽고 있는 무선인터넷이나 PDA, 무선LAN 등 차세대 전략산업도 통신사업자와 IT기업이 연계함으로써 세계시장 진출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이제부터라도 적극 모색해 나가야 한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