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콘텐츠 코리아>(12)기고-게임 기획 인력을 키우자

 국내 게임산업은 시장규모면에서 1조원을 넘어섰으며 게임 개발사의 수도 1500개사 이상에 달하고 해외시장에도 대거 진출하는 등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다. 불과 3∼4년전만 해도 규모나 내용면에서 거의 미미한 수준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해 보면 실로 놀라운 일이다.

 이러한 양적 팽창과 질적 향상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게임 종주국이 되기 위한 길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게임산업의 시작 자체가 일본이나 미국 등보다 늦었기 때문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은 물론, 급격한 성장의 뒤에 있는 여러가지 문제의 해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대표적인 문제점들은 무엇이며 그 해결과제는 무엇일까.

 우선 개발 장르의 편중문제를 들 수 있다. 많은 전문가는 물론 업계 자체에서도 여러번 지적된 문제지만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게임 개발사의 수도 증가하고 그만큼 많은 신제품이 출시됐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스타크래프트’같은 전략 시뮬레이션이나 ‘리니지’류의 팬터지 롤플레잉 게임이 적정비율 이상인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물론 우리나라 게임 소비자층의 취향 자체가 편중돼 있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고 해석될 수도 있겠지만 그들도 이러한 일변에서 점차 벗어나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찾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력부족문제 해결도 중요한 과제다. 현재 우리나라 게임업계의 전문인력 부족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며 오는 2005년에는 공급이 수요의 1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와 있다. 여기서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히 수적인 부족만이 아니다. 인력부족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은 기획인력의 부족이다. 제작인력의 경우 전문 교육기관 등을 통해 어느정도 지속적인 공급과 육성이 계속되고 있지만 실제로 게임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될 때 이를 합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획인력의 양성기관은 전무한 실정이다. 기획인력의 중요성은 최근 게임개발과 관련된 주요 추세 중 하나인 프로젝트의 대형화와 관련산업인 애니메이션·캐릭터 등의 산업과의 연관산업의 발전에 따라 더욱 커지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문적인 교육과 경험을 지닌 기획인력이 공급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체계적인 발전은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제작인력의 경우도 실정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급격히 늘어난 IT관련 사설학원 등에서 인력을 배출하고는 있지만 현장에서 바로 프로젝트에 투입될 수 있는 인력은 많지 않다. 이에 더해 기존의 제작인력들은 게임 관련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트렌드 역시 변화무쌍한 지금, 재교육 등을 받는 비율이 극히 드물어 역시 게임산업 발전에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 전문인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획인력 등을 양성하는 커리큘럼을 갖춘 교육기관의 설립과 전문 제작인력에 대한 체계적인 양성 및 재교육의 실시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업계의 공동방안 모색과 대승적인 협력도 중요하다. 전자신문사의 주최로 지난 7월 발족한 게임콘텐츠포럼은 게임산업의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의 좋은 예다. 우리나라 게임업계의 대표적 CEO 100여명과 관련학계의 중심인물이 주축이 된 게임콘텐츠포럼은 기업간 정보공유와 게임 개발 및 마케팅 전반에 관한 실질적인 협력을 도모할 구심체의 역할을 시작했다.

 또한 업계 공동 프로젝트 추진이나 해외 공동배급망 마련 등 여러 정책을 가시화할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게임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인 것에 반해 그동안 업계와 정부 사이에 이렇다 할 언로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게임콘텐츠포럼은 좋은 가교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게임산업은 지식집약산업이며 미래 디지털콘텐츠산업의 중심이다. 이러한 게임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소비자·업계·정부의 공통된 노력이 절실하다. 우리나라가 세계 게임 종주국이 되는 날까지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영만 게임콘텐츠포럼 회장·한빛소프트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