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화가 이루어지지 못해 외국업체가 세계 시장을 독차지 해오던 일부 첨단 제품 시장에 국산 의료기기 업체들이 속속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꾸준한 독자 기술 개발 노력에 힘입어 안정된 센서와 알고리듬 등 핵심기술을 확보함으로써 국내 의료벤처기업들이 그동안 손을 못댔던 녹내장 치료기, 골수술기, 혈당측정기 등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제품이 국산화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의료진의 수술 및 치료 기술이 전세계 의료계에서 인정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업체들도 세계 의공학 관련 산업계에서 그 기술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솔고바이오메디칼(대표 김서곤)은 독자 기술로 반도체 방식의 레이저 녹내장 치료기 ‘솔큐어(모델 SolCure-L03)’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 늦어도 올해 말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솔큐어의 레이저 소스는 이 회사가 지난해 개발한 810㎚ 파장의 반도체 레이저 모듈을 사용했다.
이 회사 안세영 솔고의공학연구 소장은 “솔큐어는 외국산 녹내장 치료기보다 광파워 선형성이 월등히 좋아 치료의 신뢰성을 높이고 보다 정확한 시술이 가능하고 가격 경쟁력도 있다”고 설명했다.
솔고바이오메디칼은 그간 외국산 제품이 장악해오던 녹내장 치료기 시장에 국산 제품이 보급되면 약 50억원 이상의 수입 대체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며 연간 5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해외시장에도 진출하기로 했다.
엠지비(대표 지영준)도 이상이 생긴 무릎 연골을 메스로 절개하지 않고 4∼5㎜의 구멍을 통해서 내시경을 안에 넣고 연골을 갈아내는 관절 내시경 수술의 핵심 의료장비인 첨단 골수술기(상품명 오토셰이버)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고 지난달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자사 제품이 절삭할 연골 부위의 강도에 따라 회전 파형을 변화시켜 절삭력을 극대화시키는 알고리듬을 채택해 외산 제품에 비해 절삭력이 뛰어날 뿐더러 가격은 20∼30% 정도 저렴, 연간 50억원의 수입대체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올메디쿠스(대표 강승주)도 지난 6월쯤 휴대형 혈당측정기(상품명 글루코닥터)를 첫 국산화하는데 성공, 국내외 휴대형 혈당측정기 시장을 공략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그간 휴대형 혈당측정기는 라이프스캔·바이엘·로슈 등 다국적 의료장비업체가 전세계시장(약 5조원)의 80% 이상을 장악해왔으며 국내에서도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올메디쿠스는 외산대비 40% 저렴한 제품의 가격경쟁력과 우수성을 기반으로 연간 500억원의 수입대체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했다.
이밖에 메타텍(대표 이해욱)과 자원메디칼(대표 박원희)도 2초 이내에 정확한 체온측정이 가능한 귓속형 전자체온계를 최근 잇따라 개발하는 데 성공, 질레트 등 외국 기업이 차지해온 귓속형 전자체온계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