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CB업계의 주력 수출선 가운데 하나인 유럽연합(EU)이 오는 2004년을 기점으로 현재 사용하고 있는 할로겐·납·크롬 성분 함유 PCB에 대한 수입을 금지키로 함에 따라 국내 PCB업계 및 장비·소재업체의 친환경투자와 기술개발이 발등에 불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EU측은 할로겐 화합물이 들어있는 PCB는 물론 생산공정에서 인체에 유해한 환경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생산업체가 제작한 PCB도 수입을 규제하는 쪽으로 입법을 검토하고 있어 친환경 PCB 개발 및 생산 체제 구축은 피할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아고 있다.
게다가 자국내 세트업체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할로겐 성분을 포함한 PCB 생산 규제를 미루어온 일본과 미국도 조만간 EU 수준에 버금가는 할로겐 규제책을 마련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어 국내 PCB업계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PCB업계 움직임=대덕전자 이진호 상무는 “수년 전부터 할로겐이 함유된 PCB에 대한 수입 규제가 현실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대덕전자를 비롯해 대기업 PCB업체들은 나름대로 생산라인의 재조정 작업을 추진해왔다”면서 “그러나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PCB업체의 경우 할로겐 함유 PCB 규제가 본격화될 경우 수출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대덕전자는 외산 그린(green)원판(할로겐족 화합물이 포함되지 않은 친환경 PCB 소재)을 이용한 다층인쇄회로기판(MLB)을 제작, 실사용 단계까지 접어들었으며 납을 사용한 도금공정(일명 HAL) 비중을 줄이는 대신 무전해금·은도금 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다.
중소 PCB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친환경 생산라인을 구축하기가 어렵다고 보고 도금 전문업체 등 외주업체를 통한 친환경 PCB 제작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이로 인해 최근 인천·안산 공단에 몰려있는 HAL 전문업체들은 기존 HAL라인을 석(일명 화이트틴)도금라인으로 교체하거나 교체를 추진중이다.
인천의 한 중소 PCB업체 사장은 “생산라인 재구축도 문제지만 값싼 그린원판 등 소재의 국산화가 더욱 시급한 실정”이라면서 “소재·장비업체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 노력이 절실히 요망된다”고 지적했다.
◇소재 장비업체 움직임=PCB원판 업체인 두산전자BG는 올초 개발한 그린원판의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그린원판의 취약성으로 지적돼온 납땜성 증가와 내열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오는 2003년 이내에 190도에서도 견딜 수 있는 하이티지 그린원판 개발에 연구 역량을 집중해 나갈 계획이다.
할로겐과 더불어 PCB 디스미어·정면 공정에서 발생하는 4망간네이트(KMnO4)의 규제도 현실화될 것으로 보고 심텍·제4기한국 등 PCB 및 장비업체들은 플라즈마를 이용한 친환경 디스미어 장비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심텍 종합연구소의 정창보 박사는 “수세식 디스미어 공정에서 발생하는 4망간네이트는 철 등 금속성 물질을 분해시킬 정도로 유독성이 강해 선진국들이 규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심텍은 미국 스키온과 공동으로 상온 플라즈마를 이용한 디스미어 장비를 올해말까지 개발, 생산라인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PCB 화공약품업체인 호진플라텍은 기존 납도금을 대체할 수 있는 실버·유기화합물 재료를 개발, 중견 PCB업체를 대상으로 품질승인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프레스업체인 후세메니스는 고온·고압에 견딜 수 있는 그린원판용 프레스 개발에 뛰어드는 등 친환경 PCB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PCB·소재·장비업체들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