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업 지사장의 역할은 철저한 현장확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조직의 방향을 새롭게 정하고 고객의 욕구와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
백남육 삼성전자 국내영업사업부 서부지사장(45)이 총괄하는 거래선은 광주와 전남·북지역 410여개소에 달한다. 반도체를 제외한 가전·PC·통신 등 회사가 만든 모든 전자제품이 그의 지휘에 따라 호남지역 곳곳으로 유통된다.
지난 4월 서부지사의 총 책임자를 맡아 6개월을 지낸 백 지사장이 그동안 터득한 경영철학은 ‘철저한 현장주의’다.
그는 대리점과 할인점 등 여러 유형의 거래선을 직원을 동반하지 않고 혼자 꼼꼼히 살핀다. 그 중 고객을 가장해 시장상황을 확인하는 자칭 ‘미스테리 쇼핑기법’을 애용한다. 그러면 올바른 시장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고객과 거래선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영업전략과 상황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란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지사장의 역할에 대해 “30%는 조직의 방향과 구성원의 역할에 대해 안내하고 나머지 70%는 거래선과 시장을 직접 접하며 현장을 체크하는 일”이라며 “이러한 원칙을 가지고 움직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고객지향적인 유연한 사고로 시장과 조화를 이루고 주위 파트너들과도 동질감을 갖고 임하되 항상 차별화된 생각과 실천이야말로 진정한 영업인의 자세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영업전략은 그가 부임하자마자 서부지사 자체적으로 실시한 ‘게릴라 판촉’과 ‘올빼미 세일’이라는 두가지 마케팅에서 잘 드러난다. 일명 ‘빨간 장미를 찾아라’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게릴라 판촉은 불황을 겪고 있는 일선 대리점의 홍보활동을 극대화해 단기간에 매출을 끌어올리는 판촉활동. 대리점에 자신감을 심어주고 브랜드 파워와 실판매를 강화하는 시너지 효과를 노린 게릴라 세일은 동종업계 타사 및 다른 지사에서도 벤치마킹하는 새로운 유형의 판촉방법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올빼미 세일은 오후 3시부터 밤 9시까지 주로 맞벌이 직장인들이 거주하는 아파트 1000세대를 정해 제품 애프터서비스 및 홍보를 집중하는 것으로 이달부터 실시하고 있다.
백 지사장은 “게릴라 판촉과 올빼미 세일은 대리점과 회사간의 신뢰 회복, 브랜드 강화와 함께 매출을 극대화시키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로 국내 전자업계에서 18년째 근무해온 백 지사장은 그동안 유통전략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 수년간의 현장영업 그리고 인사부문까지 여러 분야를 섭렵한 전문 마케터로 평가받고 있다.
또 일본 양판점 연수과정, 국내 전문기관의 유통전문가 과정 및 프랜차이즈 컨설턴트 과정을 이수해 이론적인 무장까지 갖췄다. 그래서 그런지 유통에 대한 그의 시각은 남다르다. 바로 공존의 개념에 입각한 ‘채널 기능주의’로 일관되게 지키고 있다.
그는 “다원화된 각각의 유통은 본질적으로 각자의 특성에 맞는 주요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기본 속성”이라며 “이러한 채널별 기능은 고객·유통·메이커·시장의 기술적 경향 등이 자연스럽게 복합되고 다양한 상권과 십인십색의 고객들에게도 부합돼 유통업계간의 갈등을 최소화한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대리점은 지역밀착형 전자생활 편의점으로, 양판점은 광역형 구색종합 전문점으로, 할인점은 저가형(low end) 전자제품을 제한적으로 취급하는 종합 디스카운터로 자리매김한다는 것이다. 또 사이버를 축으로 한 무점포유통은 시간단축을 강점으로 하는 특수기능 유통으로 공존형의 채널 기능주의가 정립돼야 고객과 유통, 메이커 삼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지역 대리점에 대해 “할인점·양판점과 24시간 편의점 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대리점도 가전과 컴퓨터·이동통신기기 등 디지털 편의점의 개념이 접목되어야만 타 유통과 차별화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87년 AV전문점을 시장에 처음 도입하고 90년초에는 수입선 다변화 해제와 양판점에 사전대응하는 유통형태인 리빙플라자를 탄생시킨 산파역할을 한 백 지사장이 역점을 두는 전략은 시장 및 파트너와의 연대감을 형성하는 ‘커뮤니케이션 영업’.
그는 “조직뿐만 아니라 고객·거래선·시장과의 지속적인 커니케이션은 조직 방향성의 출발이자 파트너와의 갈등을 해소하는 최선의 도구”라며 “커뮤니케이션 영업의 근본 정신이 고객시장주의임을 잊지 않고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