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시행 `인터넷 등급제` 내용과 파장은…

 정보통신부는 지난 7월 발효된 개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청소년법에 의거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고시된 청소년유해매체물의 표시방법에 대한 고시를 제정해 11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12일 밝혔다.

 이에 따라 다음달부터 일반에 공개를 목적으로 청소년 유해 매체물을 제공하는 음성서비스(일명 700서비스) 업체는 ‘19세 미만의 청소년이 이용할 수 없다’는 내용을 음성으로 제공해야 하며 문자·영상매체물 서비스업체는 같은 내용을 자막으로 표시하고 프로그램 시작 후에는 ‘19’ 로고를 이용자가 쉽게 인식할 수 있는 크기로 화면에 나타내야 한다. 또 청소년 유해 매체물을 제공하는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업체들은 사용자 PC에서 이를 인식할 수 있도록 PICS(Platform for Internet Content Selection) 기술표준에 의한 전자적 표시도 병행해야 한다.

 PC사용자들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 제공하는 세이프넷 홈페이지(http://www.safenet.ne.kr)에서 제공하는 파일(youth.rat)을 다운로드 받아 웹브라우저에 설치하면 청소년유해매체물을 전자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또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12월경에 보급할 예정인 ‘내용선별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 일반적인 인터넷내용등급서비스와 함께 청소년유해매체물 차단도 가능하다.

 정보통신부측은 이번 고시의 시행으로 학부모·교사·청소년들이 인터넷상에서 쉽게 청소년유해매체물을 인식할 수 있게 돼 앞으로 사이버상의 유해정보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통부의 이번 고시로 그동안 청소년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됐던 음란 음성서비스와 영상물 등이 일정부분 차단될 전망이다. 특히 정부는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인터넷 성인방송과 음란물에 대한 청소년들의 접근 자체를 막는다는 이번 조치는 최근 들어 빈번하게 발생하는 모방 성범죄가 줄어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어떻게 차단되는가=음성·문자·영상매체·인터넷콘텐츠 등으로 성인물을 서비스하는 업체들은 19세미만 이용자들이 이용할 수 없다는 내용을 표시해야한다. 특히 문자나 영상매체 서비스업체들은 해당 프로그램이 시작한 후 원형마크안에 숫자 ‘19’를 넣은 로고를 나타내야 한다. 현재 방송이나 영화 등에서 시행하는 방식과 동일하다. 또 인터넷 서비스업체들은 청소년에게 유해한 콘텐츠는 이용자 브라우저에서 차단할 수 있도록 HTML 문서에 ‘테크’를 넣어야 한다. 이용자들은 청소년들이 이용할 수 없도록 브라우저에서 이를 설정할 수 있다. 이같은 사항은 다음달부터 의무적으로 시행되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64조에 따라 2년이하의 징역 및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진다.

 반면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PC방의 경우 물리적인 공간은 문화관광부가 관할하고 있어 이번 청소년유해물 표시방법과는 무관하다. 또 정통부는 학교나 가정에서는 자율적인 선택에 의해 유해물을 차단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거나 브라우저에서 설정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유해물 판단기준=서비스 내용이 청소년 유해물인지 아닌지에 대한 기준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 사전 고시한 기준안에 따른다. 청소년 유해물에 대한 판단은 서비스 업체들이 서비스를 제공한 이후 공개된 정보를 가지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기준안에 따라 결정하게 된다. 이 경우 사전검열이 아닌 사후 평가에 해당하는 것으로 서비스 개시이후 일정기간 동안 청소년들에게 노출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예상되는 문제점=이번 고시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높다. 20여개 시민단체들이 결성한 ‘정보통신검열반대 공동행동’은 이번 고시가 정보통신 검열에 해당하며 지난해 논란으로 폐지됐던 ‘인터넷내용등급제’가 사실상 부활된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특히 청소년 유해물에 대한 기준이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독단적인 판단에 의한 것으로 너무 포괄적이며 애매모호해 진정한 유해물 차단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를 통해 정부가 서비스업체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며 인터넷내용 등급제 폐지와 정통부 장관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특히 22일부터 60일간 명동성당에서 1인 릴레이 철야단식 농성에 돌입하는 등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정통부 관계자는 “이번 고시는 정보 이용자들에게 유해물을 선택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시민단체들과의 시각차를 인정하며 논의의 필요성도 인식하지만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13명으로 구성된 위원들이 심의기준을 바탕으로 평가를 내리고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