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인터넷 한·일격차 왜 심화되나

 인터넷에서 ‘극일’에 성공한 우리나라가 차세대 인터넷의 등장으로 다시 일본에 역전될 위기에 놓여있다.

 인터넷에서만큼은 ‘후진국’으로 분류돼왔던 일본이 초고속인터넷을 시작으로 차세대 인터넷 분야에서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차세대 인터넷의 핵심 아키텍처인 IPv6 관련분야에서는 일본이 상용화가 급진전되면서 한국을 압도하고 있어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뛰는 일본, 기는 한국=‘차세대 인터넷(NGI)’이란 용어 자체는 ‘종주국’ 미국에서 나왔지만 현재 관련기술과 상용화를 주도하며 앞서가고 있는 나라는 단연 일본이다.

 일본은 NTT·KDDI 등 통신서비스업체와 소니·히타치·NEC 등 대형 전자업체, 그리고 전문업체들이 연합체를 구성해 IPv6 상용망을 운용하는 등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IPv6를 지원하는 정보가전, 응용소프트웨어도 봇물 터지듯 출시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극히 일부 IPv6 응용소프트웨어를 제외하고는 차세대 인터넷 관련기술이 ‘개발실’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서울서 열린 세계 최고권위의 차세대 인터넷 관련 국제워크숍인 ‘IPv6서밋코리아’ 개최 전후만 해도 차세대 인터넷 개발붐이 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상용화 움직임과 응용제품 개발 및 출시 소식이 없다.

 초기 시장형성에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대기업들의 움직임도 일본과는 현격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장기적으로 IPv6를 비롯한 차세대 인터넷이 각광받을 것이란 점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막대한 투자와 초기 시장진입에 따른 리스크를 우려, 개발이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의 경우는 특히 IPv6 기술표준을 주도하고 있는 ‘국제IPv6포럼’ 참여도 미진한 편이다.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우선 응집력에서부터 큰 차이가 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일본의 경우는 정부와 관련 연구소를 축으로 대기업과 전문업체가 공고한 협력시스템을 구축, IPv6 기간망에서부터 라우터 등 네트워크 장비, IPv4/IPv6 변환 등 응용소프트웨어, 정보가전 등 응용기기 개발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져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따로국밥식’ 개발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차세대 인터넷은 특정 분야에만 집중돼서는 안되고 모든 관련분야가 고르게 개발돼야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전문업체는 전문업체대로 따로 개발함으로써 시장형성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차세대 인터넷 전문업체인 i2소프트는 IPv6 자동변환 솔루션을 개발해 놓고도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단적으로 이를 증명한다.

 기간분야와 응용분야의 접목면에서도 한일간의 차이가 난다. 일본은 IPv6를 정보가전과 모바일 등에 접목하기 위해 관련 기술개발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최근엔 자동차와도 연결, 내비게이션 시스템에 IPv6를 접목하는 상황이다. 차세대 인터넷을 자체에 두기보다는 응용산업과 연계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관련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개발해도 마땅히 응용할 만한 곳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체계가 잡혀 있지 않은 실정이다.

 ◇가능성은 충분=기존 인터넷이 IP주소 할당문제를 비롯해 여러가지 문제가 잔존하는 만큼 IPv6를 필두로 한 차세대 인터넷은 물리칠 수 없는 대세로 다가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통부 등 정부기관도 올초 차세대 인터넷을 중요한 국책개발프로젝트 중 하나로 선정,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차세대 인터넷 상용화를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한다면 일본을 추월하는 게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특히 초고속망 등 인터넷 환경면에서 일본을 압도하고 있다. 무선분야도 고속성장을 거듭, 유무선 통합시대에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에 구축한 인터넷 관련 리소스들을 차세대 인터넷으로 잘만 접목시킨다면 엄청난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문제는 정부와 연구소, 민간기업이 역할을 분담, 비용을 절감하고 힘을 얼마나 잘 결집하느냐에 달려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차세대 인터넷 분야에서 강국으로 부상한 것은 단순히 이루어진 게 아니라 정부와 민간부문이 힘을 합쳐 오래전부터 치밀한 전략을 수립, 대처한 결과”라며 “우리도 이제부터라도 본격적인 차세대 인터넷 상용화 시대에 대비한 ‘전략’과 ‘전술’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