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너마저도….” D램업체로선 유일하게 흑자기조를 유지한 삼성전자가 지난 3분기에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22일 확인됨으로써 세계 D램업계는 끝모를 생존싸움에 돌입하게 됐다. 본지 9월 27일자 참조
삼성전자는 이날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메모리와 비메모리반도체, TFT LCD 등 반도체부문에서 총 38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애초 예상치였던 3000억원에 비해 늘어난 것으로 세계 1위인 삼성전자 역시 사상 최악의 가격폭락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격화될 적자생존=삼성까지 적자로 돌아섬으로써 세계 D램시장은 ‘누가 오래 버티느냐’는 사활경쟁에 접어들었다. 물론 삼성은 이번에 적자로 전환했으나 생존경쟁력에서 경쟁사들을 압도한다. 적자폭 2위인 마이크론(1조2700억원), 하이닉스(5310억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데다 이미 상반기에만 1조3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해 자금력이 풍부하다.
따라서 삼성의 적자전환은 역으로 2위 이하 업체들의 생존경쟁이 더욱 극심할 것임을 예고했다.
마이크론은 상반기에 1조원 이상의 신규 자금을 조달했으나 3분기 적자와 4분기 예상 적자로 인해 보유자금도 이르면 내년 상반기중 바닥을 드러낼 전망이다. 하이닉스는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라인매각까지 추진하는 실정이다.
도시바와 합작 논의중인 인피니온 역시 올들어 계속 적자가 누적돼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NEC-히타치 합작사인 엘피다메모리도 본격적인 영업도 하기 전에 터진 불황으로 난관에 부닥쳤다. 삼성을 제외하곤 어느 기업 하나 뚜렷한 생존카드를 갖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올 연말과 내년초 메모리반도체 시황이 호전될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사실상 크리스마스특수는 기대하기 힘들게 됐으며 내년초 시장전망도 극히 불투명하다. 불황과 가격하락이 앞으로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메이저업체 가운데 한두개사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게 현실로 다가왔다. 메이저회사도 이 정도니 일본과 대만 마이너업체들의 경우 ‘하루빨리 사업을 접을수록 나은’ 사실상 퇴출위기에 직면했다.
◇수면위로 부상한 감산 논의=상황이 심각함에도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메이저업체들은 여전히 감산에 시큰둥하다. 특히 삼성전자는 ‘감산불가’ 방침만 되뇌어 경쟁사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3분기에 매출이 감소했으나 점유율은 오히려 30% 안팎으로 높아졌다”면서 “시황이 좋아지면 점유율이 높은 기업이 유리하지 않겠느냐”라며 감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2위인 마이크론을 주목한다. 마이크론은 적자규모나 128M 이하에 집중된 제품 포트폴리오 차원에서도 감산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마이크론은 당장 감산할 뜻이 없다고 밝혔으나 이미 상황은 이 회사를 감산쪽으로 내몰고 있다.
문제는 감산이 시황을 호전시킬 수 있느냐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고위 관계자는 “이미 수요가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감산은 의미가 없으며 오히려 업계는 ‘비트크로스’를 계기로 256MD램 등 신규 수요를 창출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대부분 업체들은 128M 라인의 감각상각 부담과 영업손실 가중을 이유로 이같은 전략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따라서 D램업계는 별다른 성과 없는 감산 논의만 되풀이한 채 일부 메이저업체와 마이너업체의 퇴출압력만 증대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