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디지털위성방송(대표 강현두)이 본방송 개시일을 당초 일정보다 3개월 늦춘 내년 3월로 재조정해 공식 발표함에 따라 서비스 지연 배경에 방송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위성방송 관계자들은 일단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형태의 방송 서비스인 만큼 완벽한 방송을 위해서는 시범방송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미 3∼4개월 전부터 불거졌던 ‘연내 개국 불가’ 우려가 현실화된 시점에서 이같은 설명은 불충분하다는 반응이다.
위성방송측은 “복잡한 전체 시스템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미흡한 부문을 먼저 보완하는 것이 순서라고 판단했다”고 부연 설명을 붙이고 있다. 이같은 설명은 위성방송측이 세트톱박스 조달문제 및 프로그램공급업자(PP)의 콘텐츠 수급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위성방송 관계자는 “세트톱박스 공급업체들이 당초 약속대로 12월 15일까지 물량을 맞출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 문제는 단순히 장비공급 측면만 고려할 사항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PP들의 준비 미흡도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위성 PP 중 5∼6개 채널은 외자유치 결렬 및 본사의 투자 중단으로 사업 조기 개시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위성방송측은 “당초 선정했던 PP가 사업을 포기할 경우 유사 장르 채널로 대체하는 등 대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으나 국내 PP의 사정을 고려할 때 주먹구구식 교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번에 재조정된 본방송 일정에 맞춰 제대로 된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냐는 점이다. 위성방송측은 내년 2월까지의 테스트 마케팅 기간 동안 충분한 점검을 거쳐 3월에는 완벽한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 위성방송의 경우 통상 2∼3년간의 준비 기간을 가졌던 전례에 비춰본다면 추가된 3개월도 그리 긴 시일은 아니다.
위성방송은 이 기간 동안 불충분한 콘텐츠 수급문제는 물론 지상파 방송 재전송 및 수신기 보조금 지급문제 등 선결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