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IT교류 현장을 가다](8)북한 정보의 수집과 유통

사진; 북한 과학기술정보에 대한 체계적인 수집·관리 및 남북간 과학기술정보에 대한 상호교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북한연구자들이 서울 광화문에 소재한 통일부 북한자료센터에서 관련 자료를 열람하고 있다.

 6·15 정상회담과 올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상하이 방문으로 북한 사회는 개방·개혁의 변화를 겪고 있다. 남한에 대한 관심도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정보기술 및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반대로 남한의 북한 정보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국내의 북한 관련 정보·자료의 실태가 너무 취약하다. 이는 기본적으로 북한이 공식적인 자료를 발표하지 않기도 하지만 북한의 발표를 신뢰하기 어렵고 남한에 존재하는 정보도 제대로 유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최근 발표되고 있는 각종 논문에도 지난 90년대 자료가 빈번하게 인용되고 있다. 실례로 최근 남한에서 발표되고 있는 과학기술논문 가운데는 오래전 평양정보센터(PIC)로 통합된 은별컴퓨터센터라는 기관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남한에서 발표되는 북한 관련 논문이 대부분 공신력 부족, 자료의 참고문헌 표기 등의 문제로 과거에 다른 곳에서 사용된 자료를 재사용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보니 없어진 기관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는 식의 웃지 못할 논문들이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통신 통신망연구소 김주진 실장은 “많은 연구자들이 북한의 공식적인 자료를 사용하기보다는 나름대로 분석하고 수집한 자료를 사용하고 있지만 수집한 자료라는 것이 연구용이라기보다는 개별적인 접촉에 의한 단편적 소식 수준일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남북간의 직접적인 대화가 어렵다 보니 제3국을 통한 자료의 입수를 추진하고 있으나 연구자가 원하는 형태의 자료를 얻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또한 가공되지 않은 원시자료형태라는 게 김 실장의 설명이다. 이런 자료의 가치는 그것을 얻기 위해 투자한 비용·시간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비싸게 느껴지게 되고 연구자들 사이에 북한 관련 자료는 일대일 교환 원칙을 형성, 자료 유통의 장애요인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 지난 6월 정부는 북한의 과학기술 관련 정보를 모두 모아 체계적으로 제공할 전문 포털사이트를 구축키로 했다.

 또 과학기술분야의 북한 전문가와 관련기관을 포괄하는 ‘북한과학기술휴먼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북한 과학기술정보 관련 조사·연구 및 지식정보유통기능을 수행하는 ‘남북과학기술정보교류센터’를 설치·운영키로 했다.

 북한 과학기술 전문포털 구축은 정부 부처의 북한 과학기술 관련 정보가 개별적으로 관리되는 등 정보 취합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과기부 산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1차로 북한의 과학기술에 대한 지식정보를 종합적으로 수집·가공하고 DB화한 뒤 이를 서비스하는 체제를 갖추기 위해 인터넷포털사이트를 연말까지 구축할 예정이다.

 KISTI는 문헌, 산업재산권, 언론, 국내외 인터넷 자료 등 북한 정보현황과 연구기관, 과학기술자, 국내외 정보자료 소장기관 및 생성기관 등을 파악하기 위해 실사중이다. 또 정부·공공기관·민간기관 등과의 연계체제 구축 및 협력·교류로 정보확산을 꾀하기 위해 과학기술부를 중심으로 통일부·국가정보원·외교통상부·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가 공조해 범정부적 북한 과기정보유통체제도 마련할 방침이다.

 북한과의 직접 정보교류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 옌볜도서관, 옌볜대학 중앙도서관, 옌볜과학기술대, 옌볜과학기술정보연구소 등을 매개로 한 교류창구도 마련중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 정보의 수집과 유통에는 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는 북한의 통신정책, 남북 컴퓨터 코드의 차이, 종이 부족으로 인한 자료 발간 제한 등의 문제점이 있다.

 북한은 내부 정보통신망을 통해 중앙과학기술통보사에서 운영하는 과학기술 정보검색체제인 ‘광명’ 네트워크시스템과 국내외 과학기술정보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모뎀 또는 광통신망을 통해 이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북간 직접적인 이용체제 구축이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연속적이며 신속한 정보자료 수집을 위해 정부차원에서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남북간 컴퓨터 코드변환 프로세스 개발을 통해 중간가공 또는 재가공을 최소화함으로써 정보의 상호교류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

 이와함께 단기적으로는 북한의 해외서적 판매기관인 조선출판물교류협회 등을 통한 판권입수 등의 조치나 디지털화한 형태로 입수방안도 적극 강구해야 한다. 정부차원의 노력과 함께 민간차원의 활발한 교류에 대한 지원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기본적인 문제점 해결을 위해 지난 2월 남북학자들이 모여 ‘코리안 정보처리국제학술회의’를 개최, 우리말을 ‘정음’으로 표기하고 이를 국제표준기구(ISO)에 등록하는 등 협력의 움직임을 마련하고 있지만 원칙적으로 민간차원의 이같은 교류에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이 가운데서도 북한 정보를 특수자료로 취급해 인가를 가진 제한적인 기관에서만 자료를 열람·유통할 수 있다는 점은 조속히 시정돼야 할 문제점이다.

 지난해말 일부 정기간행물을 특수자료에서 일반자료로 풀기는 했지만 아직도 상당수의 자료는 취급이 제한돼 있다.

 KISTI 해외정보사업실 한선화 실장은 “과학기술정보의 경우 정치성과 사상성과는 거리가 있으므로 과학기술정보의 유통을 통해 북한알기와 교류촉진에 기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같은 필요 이상의 제약은 정부차원에서 완화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인터뷰-선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해외정보사업실장

한선화 KISTI 해외정보사업실장(공학박사)은 최근 과학기술부의 의뢰를 받아 북한 과학기술정보 전문사이트를 구축중이다. 한 실장을 만나 이 사업의 현황과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사업 현황과 추진 방안은.

 ▲현재 진행중인 1차연도 사업에서는 북한 과학기술정보의 수집·가공·유통을 위한 기반조성의 일환으로 웹사이트를 설계중이다. 또한 과학기술정책연구원과 협력해 북한 전문가 휴먼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웹사이트가 구축되는 동안 국내에서 보유하고 있는 북한 정보를 DB화하고 중국과 일본을 통해 북한 과학기술자료를 입수할 예정이다. 동시에 북한과의 직접적인 자료교환이나 북한 인력을 통한 과학기술정보 가공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시켜 나갈 것이다. 이러한 일을 수행하는 남북 과학기술정보교류센터를 설립하는 것이 사업의 최종단계라 할 것이다.

 ―이 사이트에서 제공할 정보들은.

 ▲우선 북한이 정기적으로 간행하는 학술잡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북한에서 발간하는 학술잡지를 10년 정도 소급해 정리·분석한다면 북한 과학기술의 발전흐름과 현 기술수준, 집중 육성분야 등을 파악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 북한 전문가가 작성한 연구보고서를 집대성할 예정이다. 또 남한과 북한의 과학기술용어를 상호 비교, 열람할 수 있는 용어사전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북한 과학기술과 관련된 최신뉴스 및 해설자료, 북한의 발명 및 특허 정보, 과학기술과 관련된 법규, 남북 과학기술 협력 및 교류에 대한 통계자료 등 소중한 자료가 제공된다.

 ―북한 과학기술 휴먼 네트워크 구축의 내용은.

 ▲현재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을 방문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그러나 이들이 북한을 방문해 습득한 자료나 지식은 널리 공유되지 못하고 개인의 경험으로 남는 경우가 허다하다. 휴먼 네트워크는 이들이 서로 지식과 정보를 교류하고, 더 나아가 북한과 관련된 심층 연구정보를 분석·생성하는 연구집단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들을 통해 현장 정보수집을 강화하고 수집된 정보를 분석·가공하며, 주기적인 세미나를 열어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다.

 ―북한과의 직접 정보교류에 대한 계획은.

 ▲초기단계로 책자형 자료의 수집과 가공으로 북한 정보를 유통하는 체제에서 출발해 향후에는 북한에서 가공생산한 DB(서지 및 원문 등)를 직접 도입·운영토록 발전시킬 예정이다. 이어 각종 공동 DB 발굴, 남북 과학기술정보 상호 교차 검색시스템 등의 개발을 통해 남북 공유의 정보기반 구축을 위한 실질적인 활동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과 북한의 중앙과학기술통보사가 공동운영하는 과학기술정보교류센터를 설립, 보다 원활한 자료의 교환 및 공유가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