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의약품 유통혁신을 위해 추진한 각종 의료부문 유통정보화사업이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의료 도매상들간 이권 마찰로 의약품 보관 및 배송업무를 자동화하는 의약품공동물류센터 구축이 전면 중단된 가운데 의약품 전자상거래 실시를 위한 유통정보센터(HELF라인) 운영도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의료보험공단이 약제비를 의약품 공급업체에 직접 지불하는 의약품대금직불제도를 폐지하는 건강보험법 개정안이 지난 18일 의원 발의로 국회에 제출됨으로써 정보시스템 도입으로 전체 의료유통체계를 선진화하려는 국가적인 정책의지가 또 다시 후퇴할 위기에 처했다.
의료정보화 업계 관계자는 “제약업체와 일선 의료기관의 전자상거래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약제비직불제도 시행이 무산될 경우 정보시스템을 활용한 의약품 유통개혁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300억원의 초기 구축비용과 월 7억원 가량의 운영비를 들여가며 지난 7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의약품유통정보센터는 약제비직불제도 시행이 차질을 빚으며 일선 의료기관들도 참여를 기피해 현재까지 파행운영을 계속하고 있다.
의약품유통정보센터의 운영을 맡고 있는 삼성SDS는 “정부가 약제비직불제도의 대안으로 이번에는 의약품 실거래 가격 및 공급내역 신고 의무제의 도입을 추진하는 등 정책적인 혼선을 거듭하는 동안에도 유통센터 가동에 따른 운영비 부담만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전국 35개 지역배송센터와 연결, 전국 요양기관 및 의약품도매상에 의약품을 실시간 수·배송할 수 있도록 하는 의약품공동물류센터사업도 정보전략수립(ISP)만을 완료한 채 1년이 지나도록 실제 시스템 구축은 계속 연기되고 있다.
지난해 의약품공동물류센터사업을 수주한 NDS측은 “의약품 유통시장을 둘러싸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도매상들간 이권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한 내년 2월로 연기된 의약품물류센터 가동도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부터 의약품유통정보센터와 공동물류센터를 연계한 선진형 의약품 물류체계를 구축하고 전국 의료기관을 상대로 의약품 전자상거래를 실시한다는 정부계획은 완전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의약품유통정보센터 가동과 동시에 약제비를 공급자에게 직접 지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국민건강보험법에 명시해 놓고도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혀 정부가 본격적인 제도시행을 계속 연기해 왔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의약품대금직불제도 시행도 이미 물건너 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SI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의약품 유통정보화사업의 파행은 정보시스템 도입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함께 실제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없이는 그 어떤 정보화사업도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