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지, 더 이상 국내 유일의 여성 게임캐스터는 아니다.”
“박민아, 게임캐스터가 생각만큼 쉽지는 않을 걸.”
게임 방송가가 여성 캐스터들의 맞대결로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최은지(24)로 대표되던 국내 여성 게임 캐스터 세계에 박민아(25)가 혜성처럼 등장한 것. 두 미모의 여성들이 최고의 여성 게임캐스터 자리를 놓고 한판 실력대결을 펼치고 있다.
현재까지의 판세는 최은지가 상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형국. 그러나 박민아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99년 데뷔 이후 국내 제1호의 여성 게임캐스터라는 별칭을 등에 업은 최은지는 2년에 가까운 기간동안 최고의 여성캐스터로 승승장구해 왔다. 남성 게임 캐스터들 사이에 뛰어난 미모와 화술이 게이머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 그동안 최은지가 확보한 팬클럽의 회원수는 무려 1만명에 육박하는 수준. 웬만한 인기 프로게이머에 뒤지지 않는다.
최은지가 이렇게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은 게임에 대한 각별한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최은지는 데뷔시절 게임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던 신출내기였다. 하지만 그녀는 프로기질을 발휘, 게임을 하나하나 익히기 시작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현재 최은지의 게임실력은 프로게이머 수준까지 올라섰다는 평을 들을 정도다.
여기에다 게임방송을 반복하면서 습득한 노하우가 게임캐스터로서 최은지의 주가를 높여주고 있다. 최은지는 99년 10월 경인방송의 ‘열전 게임캠프’로 게임캐스터 방송을 시작한 이후 KBS의 ‘게임팡팡’, 홍콩 위성방송 채널V의 ‘헬로퍼니 게임’ 등 다양한 방송 경험을 갖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대한민국게임대전의 사회를 맡으며 게임계에 널리 이름을 날렸다. 최고의 게임캐스터로서 손색이 없는 실력을 쌓은 것이다.
이런 최은지에게 도전장을 던진 박민아의 특징은 게임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박민아는 게임캐스터가 되기 전까지 부모님으로부터 게임을 하지 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게임 마니아였다. 박민아 자신도 게임 캐스터로서의 직업은 일이라기보다는 놀이(?)로서 즐긴다고 할 정도다.
그래서 박민아의 방송은 흥이 넘치고 즐겁다. 가끔은 일반인이 듣기에 다소 심하다고 할 정도로 감정을 넣어 격앙된 목소리로 방송을 중계하지만 게이머들에게는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또 박민아는 자신만의 방송 스타일을 개척해 최은지와의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독특한 용어선택.
테트리스 경기에서 등장하는 ‘공포의 맛살공격’처럼 자신만의 용어를 개발해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게임캐스터 세계에 뛰어든지 얼마 안되는 박민아에게도 팬 카페가 생겼다. 열혈남아에서 게이머를 희망하는 여성들까지 그녀의 팬은 다양한 편이다.
두 캐스터 모두 서로를 라이벌이라기보다는 동료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성 최고의 게임 캐스터라는 자리는 하나. 정상을 지키려는 최은지와 게임 캐스터의 톱을 꿈꾸는 박민아의 대결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 게임승부만큼 흥미롭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