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12월 어느날 일본 전역에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가 방영되고 있을 즈음 이상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TV 앞에 모인 어린이는 물론 성인들이 갑자기 눈이 희미해지면서 의식을 잃어가거나 경련을 일으킨 것.
당시 아사히신문은 570여명이 병원에 실려갔으며 이는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가 직·간접적인 요인이라 보도했다.
이후 부모들은 피카추에 열중하는 아이들에게 포켓몬스터의 시청을 못하게 했으며 결국 포켓몬스터는 일시적이긴 하지만 방송중지라는 상황을 맞게 된다.
애니메니션이 어린이들의 뇌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음을 증명하는 사건이다.
우리에게도 애니메이션의 섬광폭력 문제가 심심찮게 대두되고 있다.
국내 한 여성단체가 요정들의 이야기를 다룬 인기 애니메이션 ‘세일러 문’을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세일러문의 변신 및 격투장면 중에 투과광이 어린이들의 심신에 적지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여성단체는 이를 섬광폭력이라 지칭한 것이다.
영국에서는 지난 94년 애니메이션 형태로 제작된 한 상품광고가 흑백 패턴의 급속한 변화로 수십명의 시청자에게 발작을 일으키거나 심한 불쾌감을 준 것으로 판명나자 광고를 중단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전문의들은 빛이 인간에게 주는 위해가 생각보다 크며 받아들이는 사람의 심리상태에 따라 그 파급력은 크게 달라진다고 말한다.
일본에서 포켓몬스터를 시청했던 어린이들은 긴장감이 감도는 상황인데다 긴장의 도를 높이는 효과음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것이라고 한다.
붉은 색과 푸른 색의 투과광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면서 보고 있는 사람의 뇌를 혼란케한 것이며 어린이들의 경우 이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게임에서 처음 제기된 이러한 문제는 지상파를 통해 어린이를 포함해 불특정 다수에게 동시에 방영되는 애니메이션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 이러한 소동의 당사자는 전체 시청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하다. 이로 인해 애니메이션 산업이 크게 위축됐다는 이야기도 없다.
하지만 문제는 간단치 않다.
애니메이션이 엔터테인먼트의 중요한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작품이 3D로 선회하면서 화면이 화려해지는가 하면 화면변화 패턴도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다.
색도 화려한 원색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경인방송의 전창욱씨는 저서 ‘씨크리트 파일’에서 ‘포켓몬스터가 어린이들의 뇌에 미친 가장 큰 영향은 무한한 상상력 제공이었다’면서도 ‘그러나 애니메이션이 어린이들에게 미칠 위해성 문제에 대해서도 심중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