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신소재 `하프미러` 열풍

 세계 전자산업에 ‘하프미러(half-mirror)’열기가 확산되고 있다.

 디지털 전자제품의 신소재로 ‘하프미러’가 속속 채용되면서 차세대 정보가전의 새로운 디자인 흐름으로 정착되고 있는 것.

 하프미러는 97년 소니가 소형 포터블 오디오에 처음 도입한 이래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와 오디오 메이커 이트로닉스(당시 해태전자) 등이 휴대폰과 고급형 오디오 등에 도입하긴 했으나 일부 모델에 국한돼 시험적으로 적용됐던 소재다.

 그러나 최근들어 소재 생산업체가 늘어나고 가격이 떨어지면서 일본의 전자메이커들을 필두로 국내의 삼성전자·LG전자 등 종합가전업체와 오디오업계 및 정보통신기기 업체들까지 고급형 제품에 하프미러를 속속 적용하고 있다.

 지난 8일 폐막된 일본 오디오페어에서는 소니·파나소닉·JVC·파이어니어·데논 등 주요 오디오 메이커 대부분이 이 소재를 적용한 차세대 고급형 오디오 및 DVD리시버 등을 대거 전시했고 특히 파나소닉은 미러 디자인을 채택한 제품을 별도로 모아 미러관을 설치하는 등 하프미러가 차세대 디지털 디자인의 새로운 소재로 급부상할 것임을 예고했다.

 ◇하프미러는 어떤 소재=하프미러가 어떤 소재이길래 이렇게 인기를 모으는 것일까.

 하프미러는 이름처럼 반만 거울이라는 뜻. 아크릴에 특수처리를 해 거울과 같은 느낌을 주는 신소재로 거울 같은 반사적인 효과 외에도 반투명의 투시감까지 함께 제공하기 때문에 정보통신 및 오디오 제품에 백라이트 조명효과를 내는 데 최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원을 껐을 때는 거울처럼 실내가 비치고 켰을 때는 깊이있는 반사감을 줘 신비스러운 느낌마저 든다는 것이 소재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하프미러는 이처럼 고급스럽고 심플하며 미래지향적인 이미지 때문에 디지털제품과 잘 어울린다는 평을 받으며 관련제품 신소재로 주목을 끌었으나 가격이 일반 소재에 비해 3∼4배 이상 비싸 대중화가 어려웠다.

 ◇하프미러 효과=세계적인 전자업체들이 디자인 소재에 주목하는 이유는 다양한 정보통신제품과 디지털 가전제품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디자인이 효과적인 제품 차별화 요소로 부각됐기 때문. 디지털기술은 아주 획기적이지 않고는 대부분 ‘그 밥에 그 나물’로 여겨지기 때문에 차별화가 어렵자 디자인에서 그 길을 찾게 된 것.

 이같은 디자인 차별화 바람에 편승해 적용된 디자인이 애플의 아이맥PC에 적용한 반투명 젤리 디자인. 같은 맥락에서 뉴밀레니엄으로 넘어가던 90년대 말과 2000년도에는 금속 느낌의 실버 메탈릭이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최근들어 학생들의 졸업작품에도 하프미러를 부분 소재로 채용한 작품들이 대거 출품되고 있는 실정이고 일본 가전업체들까지 대거 적용한 것을 보면 앞으로 국내 업체에서도 반응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의 소재담당자인 정병식 과장은 “하프미러는 소재의 특성상 투과성과 반사성을 모두 갖고 있어 싫증이 덜 나는 데다 고급스러운 느낌마저 주기 때문에 고급형 가전에 적용될 경우 부가가치 제고에 톡톡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반투명 디자인과 실버 메탈릭이 이끌어온 디지털 디자인의 계보를 이어갈 차세대 대들보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