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바이 코리아` 시작됐나

 최근 증시는 외국인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견조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일부에서는 뚜렷한 호재나 펀더멘털 개선이 없는 가운데 외국인만의 매수에 의한 지수상승이 부담스럽다는 견해도 있지만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은 이달들어 꾸준히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순매수 기조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가가 주식시장을 읽는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향후 시장에 대한 엇갈린 전망속에서도 대다수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매수 물량이 단기간에 다시 매물화될 투기성 자금은 아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국인 순매수 이유=전문가들은 명확한 답을 찾기는 힘들지만 미 주식형 펀드의 국내시장 비중 확대가 주요 원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박석현 교보증권 책임연구원은 “미 펀드의 10월 비중조정 결과 국내증시는 이머징마켓 26개국 중 가장 높은 13.8%의 비중을 차지했고 가중치 상향도 1.5%포인트로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며 “이런 미 주식형 펀드의 비중조정이 국내시장의 상대적 우위를 부각시켰고 실질적인 수혜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보유주식의 평가손을 줄이기 위해, 또 향후 경기회복을 전제로 중장기 관점에서 저평가 돼 있는 주식을 미리 사들이고 있다는 판단도 있다. 삼성전자·KTF 등 국내 대표 정보기술(IT)주들은 장기관점에서 매력적인 가격대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다. 일부에서는 최근 불안조짐을 보이고 있는 남미와 아랍권을 떠난 자금들이 국내시장으로 이동중이라는 견해도 있다.

 ◇외국인 자금 vs 기업실적=외국인 자금이라는 ‘유동성’의 보강으로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추가적인 지수상승에 대한 생각은 전문가들마다 엇갈리고 있다.

 박 연구원은 “전체적인 이머징마켓 펀드의 순유출에도 불구하고 국내시장에서 나타난 외국인 순매수는 한국시장의 상대적 우위를 대변한다”며 “하지만 기업실적에 대한 하락이 이어질 경우 현재의 상승세는 기술적 측면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현정환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순매수는 당장 수급에 부담을 줄 악성매물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금은 외국인의 갑작스런 매도에 대한 걱정이나 주가하락에 대한 우려보다는 어떤 종목을 얼마나 더 살 것인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낙폭컸던 외국인 선호주로 대응=외국인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테러이후 낙폭이 컸던 IT주를 중심으로 지수관련 대형주와 업종대표주로만 편식을 하고 있다. 따라서 종목군을 확대하기보다는 외국인 선호주를 조정시마다 분할매수하는 게 적절한 대응방식이라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LG증권은 외국인들의 매매는 철저히 실적에 근거해 왔다는 것을 고려, 지수가 조정시마다 3분기 실적주로 종목을 교체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교보증권은 꾸준히 외국인 지분율이 상승하고 있는 KTF·삼성전자우선주·휴맥스·엔씨소프트 등에 관심이 필요한 시기라고 권고했다. 동원증권은 지수상승에도 불구, 아직 테러이전 주가를 회복하지 못한 신성이엔지·삼성전기·LG전선 등과 테러 이전에 뚜렷한 상승시도가 나타났던 대덕전자·한국코아·다산씨앤아이·기륭전자 등을 관심종목으로 꼽았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