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고정>MBC 여우와 솜사탕

 지독한 부계 중심의 가정과 모계 중심의 집안이 만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서로 다른 환경에서 만난 남녀, 그것도 판이하게 다른 분위기에서 자란 한쌍이 만나 그저 부드러운 미소만 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인기리에 막을 내린 MBC 주말연속극 ‘그 여자네 집’ 후속작은 역시 ‘가족에 대한 이야기’지만 무겁다기보다 발랄하다.

 ‘여우와 솜사탕’(토·일 저녁 7시 50분)이라는 제목에서 나타나듯 현명하고 애교 넘치는 주인공 여우의 달콤하기 그지없는 사랑 이야기를 기대해도 좋을 듯싶다.

 하지만 주인공들은 멜로드라마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선남선녀와는 거리가 있다. 여주인공 ‘안선녀’는 이름만 선녀이지 자기 주장이 강하고 승부사 기질이 강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자신이 평소에 혐오하는 가부장적인 모습으로 똘똘 뭉친 상대를 만나지만 오히려 그를 길들이고 그의 성공을 이끌어준다.  

 당찬 신세대의 전형을 보여줄 선녀 역에는 소유진이 전격 발탁됐다. 소유진은 미니시리즈 ‘맛있는 청혼’에 출연, 가수 데뷔 과정에서 보여줬던 톡톡 튀는 이미지를 이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낼 예정이다.

 선녀의 상대역인 봉강철 역은 일요 아침드라마 ‘어쩌면 좋아’로 호응을 얻고 있는 유준상이 맡는다. 강철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에 번번히 실패하다 광고회사에 들어갔지만 늘 반란을 꿈꾸는 386세대의 표상이다.

 극의 중심 줄거리는 이들 둘의 밀고 당기는 ‘길들이기’ 과정이지만 다양한 주변인물들의 인간관계도 흥미롭다.

 가부장의 권위를 최고의 미덕으로 내세우는 자수성가한 구두쇠부터 외국 건설현장을 두루 떠돌다 돌아온 성실한 가장, 매사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노처녀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엮어가는 삶의 무늬는 다채롭다.

 고두심·백일섭·이영하·이경진 등 중견급 연기자들은 물론, 이영범·김정란·김민희 등 독특한 개성을 지닌 인물들이 극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