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으로 중동지역에서의 위성방송수신용 세트톱박스 판매가 급감할 것이라던 업계의 우려와 달리 일부업체들은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카타르의 위성TV인 알자지라방송을 보기 위해서는 위성방송수신기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알자지라방송은 전세계 방송사 중 유일하게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 현지 상황을 방송하고 있어 여타 중동국가는 물론 전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또한 다음달부터 이슬람 지역의 금식기도 주간인 라마단이 시작되면 모든 대외활동을 중단한 채 TV방송에 온 관심이 집중되기 때문에 이 지역 유통업자들이 위성방송 수요급증을 예상, 주문을 대폭 늘리고 있다는 것도 큰 이유다.
현재 확인된 바로는 휴맥스·택산아이앤씨·세진T&M·DMT 등이 중동지역에서 주문이 밀려들어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40%까지 주문량이 늘어났다. 주문량이 급감할 것이라는 예상에 비하면 엄청나게 고무적인 현상이다.
휴맥스 관계자는 “저가형 무료수신(FTA) 제품 판매량이 10% 정도 증가했다”며 “걸프전 때의 반짝 특수가 이번에도 재연되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택산아이앤씨 관계자는 “호떡집에 불났다는 표현이 딱 알맞다”며 “고가의 카스형 제품인데도 판매가 급증, 자체 생산시설로 부족해 외주 제작까지 의뢰한 상태”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FTA제품에만 사활을 걸어왔던 업체들은 이번 상황이 한숨 돌릴 수 있는 단비와 같다는 반응이다. 사실 저가형 제품의 경우 국내 업체간 가격경쟁이 워낙 치열해 마진이 거의 바닥인 상태여서 이번 특수가 장기화된다고 해도 수익증가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겠지만 현금 유동성 확보에는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세트톱박스 전문가들은 “저가형 제품에만 의지하는 업체들에는 이번 특수가 재고 처분에는 분명 도움이 되겠지만 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별반 도움이 안될 것”이라고 특수의 영향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한편 중동의 세트톱박스 일반 유통시장 규모는 총 100만대 정도로 이 중 70∼80%를 국내업체 수십여곳이 분할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