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IT포럼 지상중계]주제발표-이판정 넷피아닷컴 대표이사

★남북 인터넷 비즈니스의 공동 추진과 한글 인터넷 주소의 통일

 남한과 북한은 같은 말을 사용한다. 비록 남쪽은 한글이라고 하고 북쪽은 조선글이라고 하지만 같은 뿌리의 언어다. 말과 글은 생명력이 있다. 즉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하고 다르게 사용되기 시작하면 전혀 다른 말과 글이 될 수 있다. 벌써 분단 50년이 지났다. 말과 글의 분단의 시간이다.

남북 경제협력 못지 않게 남과 북의 말·글을 통일하고 한글인터넷 주소를 통일하자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즉 적어도 더 이상 악화되는 상황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남쪽의 인터넷 사용 인구는 약 2500만명이라고 한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의 인터넷상 용어들을 보면 인터넷사업 종사자들도 그 내용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변형돼 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암호화돼 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같은 세대의 북한 청소년과 우리의 청소년이 과연 인터넷상에서 대화(체팅)가 가능할까 싶을 정도다.

 그만큼 남북 언어의 통일(이질화 방지) 노력과 특히 인터넷주소의 한글화 작업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업이다. 10년, 20년, 50년 이후를 위해서 언어의 통일화 작업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그러면 한글 관련 사업의 공통 추진과 인터넷 주소의 한글화 사업을 어떻게 남과 북이 진행해야 하는가.

 한글은 남북이 인터넷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는 가장 큰 공통분모다. 또한 다른 산업을 같이 연계할 수 있는, 우리가 잘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공통분모이고 중요한 요소다.

 남북 관련 한글 사업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여기에는 한글 기반 제품의 공동개발 및 협력 모델이 있을 터이고 나아가 인터넷 한글주소의 통일도 가능하다고 본다. 특히 남북이 공동으로 ‘인터넷 주소의 한글화’를 추진할 경우 한글 인터넷 주소를 공동 사용하는 것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세가지 구체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첫째, 그동안 누적돼온 이질감을 해소하는 언어·문화적 통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같은 통합은 인적·물적 교류 활성화로 이어져 타 산업의 교류를 촉진할 것이다. 또 해외에서조차 친남 또는 친북으로 갈라진 우리 민족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계시킴으로써 민족 차원의 글로벌 e비즈니스 추진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북측이 보유한 특정 분야 우수 기술·인력과 남측 자본의 결합을 촉진시킬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과 해외시장 개척이 가능하다. 또 인터넷시장 확대를 통한 솔루션 개발사와 서비스 제공사의 내적 경쟁력을 제고해 북한 경제 안정화 및 개방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남북간 신뢰 증진을 통한 민족 동질성 회복에 기여할 것이다. 공동 인터넷 한글주소 체계가 확립되면 인터넷을 민간교류 창구로 적극 활용할 수 있어 상호 이해증진과 문화적 이질감 해소로 통일시 예상되는 문화충격을 극소화할 수 있다.

 오늘날 민족통일에서 사회통합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사이버사회의 통합이다. 사이버 분단 체제가 지속될 경우 이로 인한 민족경쟁력의 후퇴는 과거 50년 동안의 그것보다 훨씬 큰 폭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익히 짐작할 수 있다.

 한글 인터넷 주소와 같은 인터넷 기반산업을 공동으로 구축해 온라인상의 통일을 이루는 일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불가능만을 외치며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기회는 앞으로도 쉽게 오지 않을 것이다.

 다른 사업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남북 한글 인터넷 주소의 통합은 북한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추진할 수 없다. 또한 같은 동포이기에 무조건식으로 투자만 할 수도 없다. 뜻과 의욕이 아무리 좋아도 재원의 뒷받침 없이는 계속적인 사업을 추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남과 북이 함께 돈을 벌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남과 북이 함께 돈을 벌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북한을 통해서 돈을 함께 벌 수 있는 남북 생산요소의 결합과 발전을 도와주면서 발전에 따른 이익공유 및 확대 재생산을 하는 ‘포지티브 섬 게임(positive sum game)’식 경제적 접근법이 필요하다. 또 남북 복합무역의 신상품 개발 등이 함께 돈을 벌 수 있는 기본 요소일 것이다.

 그 일환으로 ‘한글 인터넷 주소의 통합’은 남과 북이 행정적으로는 다르지만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다른 국가에 귀감으로 수출할 수 있는 모델이 될 것이다. 아울러 자국어 인터넷 주소의 기반기술을 비영어권 국가에 수출할 수 있는 중요한 로열티 수익원이 될 것이다.

 이처럼 ‘인터넷 주소의 한글화’와 ‘인터넷 주소의 남북 통일화’는 조상이 물려준 한글이라는 문화적 자원을 21세기 문명의 총아인 인터넷과 결합해 엄청난 경제적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것이 다시 남북한 통일을 위한 기금 마련 등에 사용된다면 한글 덕택에 우리는 통일을 보다 현실적으로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정리=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