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디지털방송시대 개막으로 디지털방송에 소요되는 막대한 자금 및 인력문제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향후 10년간 지상파방송사들이 기존의 아날로그 장비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은 2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히 장비교체를 위한 비용 외에 디지털방송용 콘텐츠 제작비까지 감안한다면 디지털방송을 위한 총 예산규모는 천문학적인 액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같이 엄청난 비용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만한 창구가 마련돼 있느냐는 것이다. 지상파3사는 연내 디지털방송을 개국해야 한다는 정책적인 당위성 때문에 서둘러 준비작업에 착수했으나 향후 투입될 자금확보문제가 가장 큰 골칫거리라고 털어놓고 있다.
10년간 총 1조7000억원 가량의 비용을 투입할 예정인 KBS는 공영방송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수신료 인상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지만 이조차도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수신료 인상방안은 꾸준히 거론돼 왔지만 각종 여론에 밀려 구체적인 인상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MBC·SBS는 광고제도 개선을 통한 수익확대를 기대하고 있으나 미디어렙 관련법안이 업계의 첨예한 이해관계 대립으로 표류하면서 성과를 못내고 있는 실정이다.
케이블TV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케이블TV는 경쟁사업자인 위성방송의 출범 및 부족한 채널 대역폭의 확대 등을 위해 디지털화가 시급한 당면과제다. 그러나 케이블TV방송국(SO)들은 SO당 수억에서 수십억원에 이르는 디지털 전환비용을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35개 가량의 SO가 모여 디지털미디어센터(DMC) 법인을 설립하고 디지털화에 필요한 자금을 공동출자한 것도 이같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자구책의 일환이다.
SO업계에서는 군소 SO들이 아직까지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을 뚜렷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한계지만 지상파방송사에만 한정된 정부의 자금지원을 SO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금문제와 함께 자주 언급되는 것이 디지털방송 전문인력 확보문제다. 문화부 자료에 의하면 올해 지상파·케이블TV·독립제작사 등을 통틀어 방송인력은 대략 3만2000여명이지만 2005년까지 5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요한 것은 방송인력이 채널증가 및 시장의 확대로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디지털방송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DMC추진위원회에 참여했던 SO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디지털방송시스템 및 기술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는 손으로 꼽을 정도”라면서 “고급인력의 체계적인 양성을 지금부터라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지상파의 경우 기존 아날로그 시스템에 익숙한 인력들이 디지털방송을 매끄럽게 운행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육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문제를 정부가 방관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문화부는 지난 6월 방송영상산업진흥정책 추진전략을 통해 ‘디지털렙’ 설립, ‘사이버 방송영상 아카데미’ 등 전문인력 양성체제 구축방침을 밝힌 바 있다.
정보통신부도 지난 1년간 디지털방송산업 발전계획 전담반을 통해 각종 지원방안을 내놓았으며 방송위 역시 디지털방송추진위원회 1·2기 운영으로 부문별 지원책의 밑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지원방안이 보다 실효성있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부처간 조율작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물론 SO에 대한 투자한도 완화 등 관련법 개정작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밖에 디지털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드는 제작비 충당이 가장 큰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현재 HD급 디지털방송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카메라를 비롯해 녹화와 편집, 송출 등 모든 시설이 디지털로 바뀌어야 하며 전문인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지상파방송사와 일부 복수PP를 제외하고는 이러한 시설과 전문인력을 갖춘 곳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에따라 정부와 방송사들이 독립프로덕션에 디지털방송 프로그램 제작비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현재까지 뚜렷한 지원방향과 지원비가 확보되지 않고 있어 본방송이 시작되더라도 제대로 된 프로그램이 다량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상파와 위성방송의 경우 디지털방송을 성공적으로 이뤄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수한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인데 방송 관계자들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지상파의 경우 외부 프로덕션보다는 자체제작에 치중하게 될 것으로 보여 프로그램 제작편수가 소수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위성방송도 위성 프로그램공급업자(PP)들로부터 프로그램을 제공받아야 하는데 자금력과 전문인력 등이 크게 부족한 PP들이 이 때문에 수준 이하의 프로그램을 제작할 겨우 시청자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