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떠오른 유기EL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한·일간 기술 개발 및 양산 경쟁이 뜨겁다.
두 나라 업체들은 중소형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수동형(PM) 방식 유기EL의 조기 양산을 서두르는 한편 고난도의 능동형(AM) 방식 제품 개발에 총력을 다하고 있어 전면전 수준에 돌입했다.
특히 삼성SDI가 25일 15.1인치짜리 풀컬러 AM 유기EL을 발표, 기술 개발 경쟁에 불을 당겼다.
이 제품은 일본 소니가 올초 개발한 13인치 제품보다 큰 세계 최대 화면인데다 해상도·휘도·픽셀피치 등의 성능에서 월등히 앞서 한국은 대화면 유기EL 개발 경쟁에서 일본을 한발 앞서게 됐다.
삼성SDI로부터 일격을 받은 일본 소니와 산요 등도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여 한·일간 기술 선도 경쟁은 더욱 불붙을 전망이다.
삼성SDI는 NEC와의 합작사인 삼성NEC모바일디스플레이(SNMD)를 통해 부산 공장에서 내년 상반기 본격 양산을 목표로 2인치급 풀컬러 PM 유기EL 등의 시생산에 들어갔다.
LG전자도 4인치, 1.4인치·1.8인치 풀컬러, 3.2인치 카오디오용 등 다양한 유기EL을 개발한 데 이어 최근 구미공장에 월 10만개 규모의 파일럿 라인을 구축해 이달부터 1.8인치 제품을 시작으로 시생산에 들어갔다.
여기에 네스디스플레이·엘리아테크·CLD 등 기술력을 갖춘 디스플레이 벤처업체들도 재료·구동회로 등 각 분야에서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차세대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먼저 제품을 개발해놓고도 출시가 늦어지고 있는 일본 업체들은 서둘러 생산 채비를 갖추고 한국 업체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어니어는 2인치 휴대폰용 멀티 컬러 유기EL을 생산, 모토로라에 공급한 데 이어 26만컬러의 5.2인치 PM 유기EL과 구부러지는 유기EL 등도 조기에 양산·공급할 계획이다.
산요는 99년 재료분야의 원천특허 보유업체인 이스트먼코닥과 제휴해 2.4인치 AM 풀컬러 유기EL을, 지난해 5월에는 5.5인치 AM 풀컬러 유기EL을 선보였으며 곧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소니는 10인치의 벽을 깨고 13인치 AM 풀컬러 유기EL을 선보이면서 유기EL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으나 아직 시장이 성숙하지 않았다고 보고 화면 크기 확대와 기술 보완에 집중하고 있다.
도시바도 지난 6월 26만컬러의 2.85인치 AM 유기EL을 개발하고 유기EL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이밖에 TDK·로옴 등의 대표적인 업체들도 시제품을 속속 내놓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우리 업체들이 후발 주자임에도 특유의 집중력을 발휘해 생산과 기술 개발을 이끌고 있다”면서 “일본 업체들은 원천기술과 재료분야에서 우리를 앞서고 있으나 유기EL 수요를 이끌 휴대폰 등 휴대기기와 TV 등의 제조분야에서 우리가 일본에 결코 뒤지지 않는데다 일부 양산 기술이 앞선 상황이어서 일본 업체와 충분히 겨룰 만하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유기EL 시장은 2002년 8000억원, 2003년 2조5000억원, 2004년 6조원, 2005년 12조원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
◇유기EL(Organic Electro Luminescence)이란?
전류를 흘려주면 스스로 발광하는 유기발광소자를 이용해 문자와 영상을 표시하는 디스플레이로 시야각이 넓고 응답속도가 빨라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구조가 단순해 얇고 가볍게 만들 수 있으며 제조공정도 단순한 장점이 있다.
구동 방법에 따라 △양극과 음극으로 단순 교차해 화소를 구성하는 수동매트릭스(PM:Passive Matrix) △각 화소에 스위치용 TFT를 배치하는 능동매트릭스(AM:Active Matrix)로 나뉘며 이번에 삼성SDI의 제품은 AM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