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과 기협중앙회·벤처기업협회·여성벤처기업협회·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공동 주최하고 다산벤처가 후원하는 제28회 벤처지원포럼(회장 오해석 숭실대 교수)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삼성동 벤처기업협회 회의실에서 ‘기업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위한 효과적인 기업가치 평가방안’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벤처기업 평가기관, M&A 전문기업 대표, 법률전문가, 증권사 관계자 등은 벤처산업 발전을 위한 조건으로 대두되고 있는 기업간 M&A 활성화를 위해 효과적인 기업가치 평가방안이 무엇인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내용을 요약·정리한다. 편집자
△참석자=김경환 한국기술거래소(KTTC) M&A사업단 단장, 김태형 지식과창조벤처투자 부사장, 김현수 한국신용평가 특수평가사업부문 부장, 성종률 대우증권 M&A컨설팅 부장, 양동우 기술신용보증기금 기업컨설팅센터 차장, 정재형 벤처로그룹 사장(변호사) <가나다순>
△장소=서울 삼성동 벤처기업협회 회의실
◇사회(오해석 벤처지원포럼 회장)=국내외 경기침체와 함께 요즘 벤처업계도 생존전략 구상에 여념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간 M&A가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아직은 M&A시장이 활성화됐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이젠 M&A를 한계기업의 정리가 아닌 기업의 전략으로 보는 시각도 점차 늘어가고 있는 듯 합니다. 오늘 이 자리가 벤처기업 가치평가의 효과적 방안에 대해 토론함으로써 M&A에 대한 바람직한 인식전환과 풍토조성에 일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김현수(한국신용평가 부장)=벤처는 특성상 불확실성이 크고 독창적 기술을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경영자의 의사결정이 기업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기존 평가방식들을 벤처에 적용하면 어느 것도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최근엔 리얼옵션 방식 등 기존 방식의 확장모델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역시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확장모델을 채용하면서 실제 사례를 통해 축적된 결과물을 토대로 지속적인 개선작업을 병행하는 차선책을 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매도자와 매수자간 합의를 가장 쉽게 이끌어내는 모델이 가장 효과적인 모델이라고 봐야 합니다. 또 투자유치 등 여러가지 변수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기업 평가시기와 기간도 합리적인 고려가 필요합니다.
◇양동우(기술신보 기업컨설팅센터 차장)=최근들어 초기단계의 정보기술(IT) 기업을 중심으로 M&A 증가율이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상장기업은 오랜 업력으로 연속성이 높지만 중소·벤처 기업은 그렇지 못해 이들 기업의 평가엔 관련업계에 관한 오랜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특히 벤처에 대한 평가의 핵심은 기술을 중심으로 한 미래성장성을 얼마나 정교하게 예측하느냐에 있습니다. 물론 기술은 남이 흉내낼 수 없어야 더욱 높은 기업가치를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만난 외국계 대형 IT기업 관계자의 “기존 기업에서 독립해 창업한 국내 벤처는 전 회사의 80%에 불과한 기술 수준으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와 함께 이러한 고도의 기술을 전문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인력양성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사회=지난해 실리콘밸리의 최대규모 M&A는 루슨트테크놀로지스 건이 44억달러로 가장 컸고, 그 다음이 32억달러 등 10억달러 이상의 거래가 3건이 있었습니다. 반면 나스닥 기업의 M&A는 거래규모가 2억∼3억달러 수준에 불과했죠. 그만큼 기술력을 중심으로 한 벤처기업의 M&A가 높은 가능성을 가졌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젠 기업도 기술과 경영권을 묶어 하나의 상품으로 거래될 수 있는 시기가 오고 있습니다.
◇정재형(벤처로그룹 사장)=M&A는 경제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많이 활용돼고 있으며 정부도 활성화를 위해 상법상 주식의 포괄적 교환 및 이전 등 다양한 법·제도적 개선으로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기업가치는 현금창출력이라 할 수 있는데 기술·사람 등이 중요한 벤처의 경우 이를 평가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기존 M&A는 기업 인수를 통한 이익가치를 주가 등에 반영해 회수하지만 벤처는 기술을 신용화할 수 있는 툴이 개발돼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소액주주 보호, 모럴해저드, 경영권 문제 등으로 적대적 M&A에 부정적 시각이 많지만 기업 체질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적대적 M&A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봅니다.
◇김태형(지식과창조벤처투자 부사장)=M&A는 상당수가 한계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누가 해도 안되는 기업은 결코 팔리지 않습니다. 성공적인 M&A는 인수기업측에서 보면 상당한 기업가치 제고효과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젠 M&A가 부실기업의 정리작업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창조의 시작이라는 인식의 공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M&A를 위한 기업평가시 대부분 벤처는 매출이 미미하고 업력도 짧습니다. 통상적으로 기업을 내재가치와 자산가치로 평가한다고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느끼기엔 수익가치보다는 자산가치를 우선 평가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습니다. 또 주식스와핑시 평가액은 현금·전환사채 등 형태에 따라 실제 시장가치가 달라질 수 있는데 많은 벤처들이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형성된 다른 기업들의 M&A시 발표규모를 기준으로 삼는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M&A 대상 기업을 평가할 때 인수주체에 따라 가치가 달라집니다. 또 새로운 경영자가 누구며 그에 따른 경영정책, 종업원과 관계, 구조조정 계획, 경영에 관여하는 주주에게 어떤 인센티브를 주는가 등에 따라 기업의 가치가 변할 수 있죠. 따라서 기업평가시 이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와 함께 M&A를 긍정적인 시각에서 보는 사회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주요기업에 대한 정기적 평가자료가 있는 것처럼 벤처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평가자료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벤처에 대한 자료들을 준거틀로 삼아 M&A 관계자들이 활용함으로써 기업이나 투자자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정부 지원하에 주요 100대 벤처들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작성한다면 이후 중소벤처들의 기준 잡기가 훨씬 수월해지고 전체적 비용절감 효과도 가져올 것입니다.
◇성종률(대우증권 M&A컨설팅 부장)=M&A시 매수자와 매도자간 견해차이가 많은데 이는 평가 방법론의 차이보다는 할인율을 어디서 구하느냐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사실 똑같이 놓고 비교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죠. 또 기술의 발전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기존 평가모델로 따라가는 데는 한계가 있고 승수를 구한다 해도 기존의 실제 시장에서 구해진 것이라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방법론보다는 당사자간 M&A의 목적과 방법론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전제돼야 합니다.
벤처 거래시 그 가치가 공정 시장가치로 평가되려면 시장이 존재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므로 매수자·매도자 당사자간에 주관적 가치는 어느 정도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벤처캐피털(VC)은 투자하지 않는데 특정 투자자가 투자의향이 있을 경우처럼 당사자간 협상력이 중요합니다. 과거엔 한편을 굴복시키는 방식이었지만 지금은 매도자의 가치창출력을 만들었다는 시각을 갖는다. 주식교환시 아직은 현금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업에서 느끼기엔 잘되기 위해 M&A를 시도하지만 M&A추진 벤처에도 세금을 내야하는 점은 문제가 되기도 한다.
◇김경환(한국기술거래소 M&A사업단장)=현장에서 보면 M&A 협상시 기업평가모델도 중요하지만 평가기관에 대한 신뢰성 문제도 많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코스닥 기업이 자산의 일부를 다른 벤처에 양도하려는 경우 신뢰성 있는 기관의 평가를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M&A를 원하는 벤처들도 이를 의뢰할 수 있는 기관이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효과적이고 신뢰도 높은 기업 평가가 가능한 기관의 양적·질적 활성화가 필요합니다.
평가인력의 중요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IT분야는 기술변화 속도가 3개월로 단축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평가인력의 수와 자질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죠. 따라서 전문 평가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 인프라 구축이 시급합니다. 벤처기업의 M&A에 대한 통계와 실적 등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중기청 등 관련 정부기관이 체계적 분석 및 자료수집에 나서는 것도 고려해봐야 합니다.
M&A에 대한 인식이 과거에 비해 달라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회사가 무너지기 직전까지 가야 기업을 시장에 내놓으려는 인식도 많습니다. 미국이 M&A에 의한 자금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듯 우리도 그러한 인식과 풍토가 조성돼야 합니다. 이와 함께 구조조정 차원에서 이뤄져 높은 시너지가 기대되는 M&A의 경우엔 제도적 지원도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김현수=중요한 점은 매도자와 매수자가 서로 다른 기대치를 가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가격은 당사자간에 상호 설명 가능한 근거에 의해 뒷받침돼야 합니다. 한마디로 이러한 근거제시를 위한 게 기업가치평가죠. 따라서 토론내용처럼 M&A 관련 전문인력 양성, DB구축 등과 함께 M&A의 순기능을 훼손하고 있는 일반의 부정적 인식도 보다 빨리 바뀌어야 합니다. 기업평가를 위한 방법론 마련이 M&A의 전부는 아니지만 벤처기업에 부합하는 방법론의 개발, 관련 사례와 데이터가 쏟아져 시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여기에 이들 자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작업이 요구됩니다.
<정리=홍기범 kbhong@etnews.co.kr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