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은 이제 타입캡슐 속으로 사라져야 하는가.’
데이콤·유니텔·한국통신하이텔·SK텔레콤·나우콤 등 통신사업자들이 최근 들어 PC통신사업 정리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나섬에 따라 PC통신 분야의 퇴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데이콤이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에는 천리안을 독립시키겠다는 계획을 여러 차례에 걸쳐 표명한 데 이어 SK텔레콤과 한국통신 등도 최근 관계사들의 인터넷사업 부문을 하나로 통합하면서 PC통신사업을 자연스럽게 축소해 나가기 시작한 것.
또 최근 나우콤도 PC통신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기업대상 e비즈니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으며 유니텔도 PC통신을 중심으로 한 개인 대상의 온라인사업 부문을 떼어내 별도법인으로 분사키로 했다.
그동안 초고속인터넷망과 포털에 가입자 및 수익기반을 빼앗기면서도 다양한 변화를 통한 돌파구를 모색해온 업체들이 이제는 PC통신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본격적인 정리작업에 나선 것이다.
△정리방향과 의미=PC통신업계의 최근 변화는 크게 두가지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하나가 PC통신 사업부문을 독립법인으로 분사시켜 나름대로 살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데이콤 천리안과 유니텔이 대표적인 경우다. 데이콤이나 유니텔측에서는 PC통신을 포함한 개인대상 온라인 사업의 활동영역을 넓혀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이들이 대기업 사업군에서 소규모 벤처기업으로 새 출발을 하게 된다면 경영구조를 호전시킬 계기는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데이콤이나 유니텔 등 사업자 입장에서는 한계에 달한 PC통신 사업을 떼어내기 위한 수순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또 하나는 인터넷기반 온라인 사업부문과 통합해 커뮤니티 서비스의 일환으로서 사업규모를 축소하는 것이다. 하이텔과 넷츠고·나우누리 등이 밟고 있는 과정이다. 서비스를 무조건 중단할 수 없기 때문에 회원수와 매출이 줄어드는 만큼 사업규모를 순차적으로 축소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PC통신의 미래는 없나=업계 전략의 공통점은 결국 돈이 안되는 PC통신 사업을 접고 그동안의 경험과 인적자원을 기반으로 기업대상 온라인 사업으로 주력사업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실제로 유니텔은 PC통신 부문을 분사시킨 이후에 네트워크·위성통신·데이터통신·빌링시스템 등 솔루션 위주의 기업대상 e비즈니스에 주력할 방침이다. 나우콤도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커뮤니티·e비즈니스·Luck 포털 등 3개 부문을 주력사업으로 육성키로 했다. 이에 앞서 나우콤은 나우누리와 별나우 등 개인대상 온라인 사업부문의 인력을 연초의 3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축소했다.
PC통신은 “수명을 다한 불쏘시개와 같다”는 문용식 나우콤 사장의 말대로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데이콤과 유니텔 등 모기업 입장에서는 천덕꾸러기를 떼어내는 것이겠지만 막상 분리되는 PC통신 사업부문 입장에서는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천리안의 경우 유무선 통합형 개인화 포털로의 전환을 위해 ‘마이천리안’‘포켓천리안’‘보이스천리안’ 등을 출시하며 웹화를 서둘고 있다.
최근 분사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유니텔 역시 분사후 사업방향을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비즈니스와 멀티미디어 요소를 가미한 멀티미디어 온오프라인 통합기업으로 육성한다는 기본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PC통신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해온 강세호 유니텔사장의 말을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