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분쟁조정위 위상 논란

 전자거래기본법 개정을 앞두고 전자상거래(EC)에서 발생하는 각종 분쟁사례를 총괄 조정·심의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는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이하 EC분쟁조정위)의 역할을 놓고 산자부·공정위·정통부 3개 부처의 견해가 대립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산자부는 EC분쟁조정위의 건의를 받아들여 개정 전자거래기본법에 설립 및 기능을 명시하는 등 분쟁조정위의 역할을 강화할 방침이나 정통부와 공정위는 역할을 축소하거나 아예 소관기능을 다른 부처로 옮길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전자거래진흥원(원장 정득진·이하 진흥원)과 EC분쟁조정위원 28명은 지난 26∼27일 이틀간 워크숍을 개최하고 전자거래기본법에 EC분쟁조정위원회 설립을 별도조항으로 추가, 역할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건의서를 산자부에 제출했다고 28일 밝혔다.

 EC분쟁조정위는 전자거래기본법 28조(정부는 전자거래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고 공정한 전자거래의 실행을 정착시키기 위해 분쟁조정기구의 설치 및 운영, 기타 전자거래에 관한 분쟁의 조정에 필요한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와 시행령 15조(28조 규정에 의한 EC분쟁에 관한 사항을 심의·조정하기 위해 진흥원이 EC분쟁조정위원회를 둘 수 있다)는 다소 추상적인 조항에 설립 근거를 두고 있다.

 송상현 EC분쟁조정위원장(서울대 교수)은 “대한상사중재원·소비자보호분쟁조정위원회 등 기존 분쟁기관들이 부분별로 EC와 관련된 분쟁조정업무를 추진하고 있으나 분쟁사례가 수십건에서 올해만 400건에 이르고 있는 등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이 분야 총괄기관인 EC분쟁조정위의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계부처 협의과정에서 정통부는 “EC분쟁 조정업무를 각 조정위별로 부분적으로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EC분쟁조정위는 역할을 강화하기보다는 ‘최초 계약단계의 분쟁’으로 한정해 기능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정통부는 “EC분쟁의 경우 온라인으로 물품을 검색·주문하는 단계, 결제단계, 배송단계 등 각 단계별로 발생하는 분쟁 유형이 다르기 때문에 전자문서분쟁조정위 등 해당 전문분야별로 분쟁조정위를 따로 설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EC분쟁 관련사항도 궁극적으로 소비자보호나 피해보상 등에 관한 업무이고 이는 공정위 소관사항이기 때문에 EC분쟁조정위의 소관부처를 기존 산자부에서 공정위로 이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공정위는 또한 “이관이 어렵다면 최소한 EC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 제청권과 형식적 임명권만 산자부에서 갖고 실질적 임명권은 공정위에서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대해 EC분쟁조정위원인 장문철 교수(국립경찰대 법학과·중재인 및 조정인)는 “분쟁유형이 다르다고 해서 기능을 세분화하는 것은 법을 이용하는 시민의 관점이 아닌 집행기관의 편의성에서 접근한 발상”이라며 “소비자를 위해서는 오히려 EC분쟁조정기관을 통합하고 조정전문가들을 통한 신속한 지원체제를 정비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강훈 변호사(바른법률)는 “전자거래기본법은 전자상거래 활성화와 신뢰성 제고, 소비자 보호를 위해 범국가적 차원에서 의원입법으로 만들어진 특별법이기 때문에 방판법·할부거래법 등 공정위 소관의 개별법이나 공정위가 고시한 전자거래소비자보호지침, 사이버몰 표준이용약관 등은 전자거래기본법의 하위 법률 개념으로 이해돼야 한다”며 “전자거래기본법에 의해 설립된 EC분쟁조정위를 하위법 소관으로 이관하려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