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의 ‘브루(BREW)’ 시대가 임박함에 따라 그동안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이동전화3사를 균점해온 버추얼머신(VM) 등 무선인터넷 미들웨어 플랫폼시장도 치열한 경쟁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무선인터넷 플랫폼시장은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신지소프트(SK텔레콤)의 ‘GVM’을 비롯해 XCE(SK텔레콤)의 ‘SKVM’, 모빌탑(KTF)의 ‘MAP’ 등 국내 전문 벤처기업과 자바(JAVA) 특허권자인 미국 선마이크로시스템스(LG텔레콤)의 ‘이지자바’ 등 4대 플랫폼이 경쟁하는 구도다.
그러나 브루의 등장은 이같은 4강 판도 자체를 완전히 뒤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KTF는 브루를 앞으로 나올 컬러폰에 전량 탑재할 계획이어서 당장에 무선인터넷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브루 탑재를 물밑 검토중인 SK와 LG까지 가세할 경우 브루의 점유율은 급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공룡기업의 등장으로 바싹 긴장하고 있는 국내 플랫폼 전문업체들은 이에 따라 해당 이동전화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토종 플랫폼’의 우수성과 국산을 강조하고, 향후 로열티 문제와 솔루션·콘텐츠 등 관련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내세워 브루의 세확장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브루의 등장으로 직격탄을 맞은 모빌탑은 KTF를 대상으로 기존 흑백 및 4그레이폰에 이어 컬러폰에도 브루와 함께 MAP을 공동탑재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중이며, 신지소프트·XCE 등 SK텔레콤용 휴대폰에 플랫폼을 공급하고 있는 나머지 업체들도 향후 대응을 위한 정밀검토에 들어갔다.
국산 플랫폼업체들은 퀄컴이 CDMA 원천기술 보유기업으로 국내 이동전화사업자 및 단말기업체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감안할 때 브루가 어느 정도까지는 국내 무선인터넷 시장에 안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진출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공동 협력체제 구축을 모색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업계는 또 브루의 런칭이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정보통신부 주도아래 무선인터넷 플랫폼업체를 비롯한 국내 관련업체들이 총망라돼 추진중인 ‘무선인터넷 미들웨어 플랫폼 표준화’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보고 해당 컨소시엄을 중심으로 표준화작업에도 주도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업계는 특히 무선인터넷 플랫폼시장의 승부는 결국 콘텐츠와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보고, 이동전화사업자들과는 별개로 수천개의 콘텐츠공급자(CP)들을 대상으로 자사 플랫폼 사용을 유도하는 한편 원활한 콘텐츠 서비스를 위해 단말기업체들과도 긴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브루의 등장이 국내 무선인터넷 플랫폼업체에 반드시 위험요인으로만 다가오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이동전화시장의 ‘만년 2위’인 KTF가 브루를 내세워 SK를 따라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여 당장엔 적지 않은 영향을 주겠지만 결국 무선인터넷 시장파이를 키울 것이란 얘기다.
신지소프트 최충엽 사장은 “브루의 출현이 오히려 기술개발 노력과 해외진출 등 동기부여를 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특히 이동전화업체들이 브루 런칭을 계기로 무선인터넷서비스에 대한 홍보 및 마케팅 경쟁을 가속화, 전체적인 무선인터넷 시장분위기를 진작시켜 국내업체들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무선인터넷 플랫폼업계와 달리 각종 모바일 솔루션업계는 일단 브루의 출현이 발아기를 벗어나고 있는 국내 무선인터넷 산업을 한층 성숙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에 관련 솔루션 및 콘텐츠업체의 기술경쟁이 가속화, 서비스가 개선돼 결국 시장이 활성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브루가 과연 세계적으로 무선인터넷 강국으로 평가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무선인터넷 산업에 ‘득’이 될 것인지 ‘실’이 될 것인지, 브루가 최종 소비자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