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뿜는 전자무역전쟁>(8)전자무역의 한계와 대안

한국무역정보통신(KTNET)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무역자동화를 통해 4조3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수출 한건당 50∼150여개에 달하는 각종 무역서류를 평균 4주에 걸쳐 처리하던 소요기간도 1주로 단축됐다. 한해 수출입규모가 69억달러에 달하는 삼성전자의 경우는 지난 94년 무역자동화시스템 도입 이후 지금까지 1조원의 비용을 절감했으며 평균 재고일수도 65일에서 18일로 대폭 단축시켰다. 

 신세계백화점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인터넷EDI시스템 도입후 직접비용만 1700만원 이상을 절감시켰다. 신용장(LC) 한건 개설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기존 5시간에서 20시간으로 단축됐으며 인건비로는 연간 1250만원을 절약하는 효과를 거뒀다.

 이같이 전자무역은 도입업체에 엄청난 효과를 안겨준다. 하지만 이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국한된 ‘먼나라’ 얘기라는 게 일선 무역업체의 하소연이다. 이같은 시스템을 도입하고 싶어도 소요비용과 활용인력 투입에 어려움을 느끼는 대다수 무역업체는 거래알선사이트를 뒤져 신규 바이어를 검색하거나 자사 오퍼정보를 등록(포스팅)하는 데서 전자무역 활용을 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e메일을 통해 무역서식을 교환하는 업체는 그나마 전자무역을 효율적으로 쓰고 있는 업체로 볼 수 있을 정도다.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발간한 ‘2001 주요 무역동향 지표’에 따르면 현재 국내 무역업 등록업체는 8만여개에 달하나, 이 중 지난해 1000만달러 이상을 수출한 실적이 있는 업체는 단 1063개다. 공식적으로 우리나라 중소업체의 수출비중은 36.9%로 집계된다. 하지만 주로 중소기업의 제품을 위탁수출하는 종합상사의 비중이 47.2%에 달하는 실정을 감안한다면 한국 수출의 견인차 역할은 실제로 중소 무역업체의 몫이다.

 무역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총수출 중 전자무역이 차지하는 비중도 대기업(16.4%)보다는 중소기업(18.9%)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장 비용절감이 절실한 중소 수출업체가 전자무역 활용에 더 적극적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국내 중소 수출기업 중 현재 전자무역의 핵심사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무역자동화시스템이나 볼레로·트레이드카드 등 전자결제솔루션을 도입할 만한 여력이 있는 업체는 많지 않다. 100% 자동화돼 있다는 통관부문 역시 일부 종합상사, 대기업 또는 관세사무소에서나 이뤄지는 일이다. 결제솔루션 역시 비싼 이용료와 결제관행으로 인해 이용에 선뜻 나서는 업체가 많지 않다.

 대표적 무역자동화사업 중 하나인 웹 통관EDI 솔루션을 자체개발, 이달초부터 중소업체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개시한 골드로드21(대표 장금용 http://www.goldroad21.com)은 이용업체 확보에 어려움울 겪고 있다. 이 회사의 박제성 팀장은 “업체 스스로가 인터넷을 이용해 수출입신고서를 작성하면 50∼70%의 비용절감효과가 있음에도 불구, 일선 무역업체의 호응은 의외로 냉담하다”며 그 이유로 관세사에 일임하는 기존 관행, 전용선 등 중소업체의 정보화 인프라 미비, PC·인터넷 이용 미숙 등을 꼽았다.

 이창우 한국글로벌커머스협회장은 “최근 정부의 국가전자무역 육성시책이 지나치게 무역자동화시스템 구축에 집중되고 있다”며 “이는 마치 고속도로만 깔아 놓은 채 달릴 차는 만들지 않는 격과 같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 회장은 “자동화시스템을 국가전자무역의 핵심인프라로 가져가되, 수출입업체가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반여건 마련에도 관계부처의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