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초고압 가스절연개폐장치(GIS) 시장을 둘러싼 업체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금까지 효성·현대중공업·LG산전이 서로 사이좋게 균점해온 초고압 GIS 시장에 일진전기가 최근 참여를 선언, 국내 GIS시장의 황금분할이 깨지게 됐다.
여기에다 일진전기는 내친김에 현재 170㎸급 GIS 공급수준을 345㎸ 시스템으로 격상할 계획을 갖고 있어 효성·현대·LG산전이 근 10년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해온 국내 GIS시장의 ‘평화’가 깨지고, 4개 업체가 물고 물리는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또 앞으로 GIS 주 수요처인 한전의 분할작업이 본격화되면 초고압 GIS를 둘러싼 이들 업체간 경쟁이 더욱 불을 뿜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초고압 GIS 시스템 시장이 국내 대기업 중전기업체의 각축장으로 변화될 조짐을 보이는 까닭은 우선 수많은 중전기기 중 덩치가 가장 큰 제품이고 앞으로 민수 및 수출시장도 밝기 때문이다.
업계가 추정하는 올해 초고압 GIS 시장규모는 3000억원, 이 중 최대 수요처인 한전이 2000억원 정도를 구매하고 철도청 및 대규모 산업 플랜트용 기타 시장규모가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LG산전의 한 관계자는 “내수시장 규모도 크지만 중동·중국·아시아를 중심으로한 전력설비 현대화사업이 본격화되고 있어 GIS는 수출 유망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일진의 참여는 국내 GIS기술 선진화 경쟁을 앞당기는 촉진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최근 한전에 첫 제품을 공급, 본격 GIS 생산업체로 공식 인정을 받은 일진전기의 한 관계자는 “GIS는 차단기, 단로기, 접지개폐기, 계기용 변압기 등 각종 전력기기를 접지된 금속외함에 넣어 내폭발성이 우수한 SF6 가스로 충진한 초고압 변전설비”라면서 “특히 이 시스템을 제작할 수 있는 국가는 일본·미국·유럽 등 선지국뿐일 정도로 최첨단 기술을 요하는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시장에서 교두보를 마련한 것을 계기로 중국·동남아·중동 등지로의 수출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면서 내수시장에서 기반을 구축해온 효성·현대·LG 등 기존업체를 자극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진의 이같은 조심스런 입장에도 불구, 고속전철·한전 분할 등 국내 GIS시장 판도를 뒤바꿔 놓을 변수가 앞으로 무수히 기다리고 있어 탐색전에 머물던 국내 GIS업체간 시장주도권 경쟁은 내년부터 전면전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여 국내 중전기업계의 이목이 GIS시장에 집중되고 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