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오는 12월 ‘내용선별소프트웨어’를 출시한다고 발표하자 인터넷 내용선별(필터링)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플러스기술·인터피아월드·인터정보 등 필터링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정보통신부가 ‘청소년유해매체물의 표시방법에 대한 고시’를 제정하면서 오는 12월 정보통신윤리위원회를 통해 관련 소프트웨어를 직접 보급키로 하자, 솔루션업계를 고사시키는 정책이라며 이의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필터링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이에 따라 최근 모임을 갖고 30일 윤리위를 방문해 이같은 업계의 의견을 관계기관에 전달하기로 했다. 업체들은 또 이날 항의방문에서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진정서 제출과 가처분소송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필터링 업체들이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윤리위가 발표키로 한 소프트웨어가 지난 99년 업계가 한국전산원으로부터 유로로 이전받은 인터넷 필터링 기술과 동일하다는 점 때문이다. 업계는 이번 윤리위의 방침은 정부기관이 오히려 민간업계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게 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업계는 또 윤리위가 올들어 업계의 반발을 우려해 방침을 계속 바꾸는 등 일관된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초 윤리위는 관련 솔루션을 무료로 배포한다고 발표했다가 업계 반발이 거세어지자, 무료로 기술을 이전하겠다고 계획을 바꿨다. 그러나 이미 3년전 한국전산원으로부터 유료로 기술을 이전받았던 업체들이 반대의견을 내놓자 다시 방침을 바꾸는 등 갈피를 못잡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플러스기술의 한 관계자는 “당시 업체들도 동일한 기술을 독자 개발중이었으나 정부에서 중복투자를 우려해 10개 업체들로 하여금 기술개발을 포기시키면서까지 한국전산원의 기술을 이전받게 했다”며 “기술전수 3년도 안돼 정부에서 동일한 솔루션을 출시한다는 것은 중소업체들에게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솔루션 출시 계획이 발표되자, 필터링소프트웨어를 발주했던 일반기업들이 대부분 발주계획을 보류하고 나서는 등 사태가 확산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진출을 추진해왔던 필터링 업계도 큰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정부와 시민단체간에 ‘인터넷 내용등급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청소년유해매체물 선별문제는 이제 솔루션 업체들의 반발로 이어져 올 하반기 ‘뜨거운 감자’로 남을 전망이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