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가전시대에 접어들면서 국내 유통시장에서 AV제품을 중심으로 유명 수입 브랜드가 국산 브랜드보다 싼 가격에 판매되는 가격역전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그간 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워 국내 가전시장에서 국산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해온 소니·JVC·티악·필립스 등의 유명 수입가전이 디지털가전시대를 맞아 디지털TV·홈시어터 등 일부 AV제품을 중심으로 국산 가전보다 오히려 싸게 팔리고 있는 것.
이같은 가격역전현상은 일본업체들이 아날로그뿐 아니라 디지털가전제품의 생산기지를 속속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을 대량으로 들여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유명 수입 브랜드 제품을 구입할 때 과거처럼 브랜드만 보고 선뜻 결정할 것이 아니라 원산지가 어디인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현황=현재 용산이나 테크노마트 등 전자 유통상가에서는 수입 유명 브랜드 AV제품이 동급 국산 브랜드보다 저렴한 가격에 팔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디지털방송시대의 개막으로 수입 브랜드와 국산 브랜드간의 선점경쟁이 한층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프로젝션TV의 경우 소니 43인치 모델(KP-XR43KR1)의 권장소비자가격이 299만원인 데 반해 LG전자(PN-43A8E)와 삼성전자(SVP-43T6M)의 동급 모델은 각각 300만원, 310만원으로 다소 높게 책정돼 있다. 실제 시중에서의 구입가격도 소니 모델은 240만원대에 형성돼 있는 반면 LG전자와 삼성전자의 모델은 250만원대를 웃돌고 있다.
최근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 홈시어터의 경우 삼성전자가 최근 내놓은 일체형 모델(HT-DL200)은 149만원이다. 이에 반해 소니 모델(DAV-S300)이 90만원선인 것을 비롯해 야마하의 모델(SV-10)이 60만원선, 티악의 모델(PLD2000)이 75만원선으로 국산 제품에 비해 가히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배경과 전망=이처럼 수입업체들이 저가정책을 적극 펼치고 나선 것은 과거에는 브랜드력만 가지고도 국산 제품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할 수 있었지만 디지털가전시대로 접어들면서 국산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만으로도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차를 극복할 수 있었던 수입업계는 이제 국내 가전업계와 가격경쟁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그동안 수입가전업계는 새로이 출시되는 제품마다 가격을 낮춰왔으며 파격적으로 가격을 낮추기 위한 방법으로 아예 중국산 및 동남아산 제품을 수입, 판매하고 있는 것. 실제 최근 매출이 급증하고 있는 홈시어터 모델의 경우 수입 브랜드의 90% 정도가 중국에서 제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병행품이나 밀수제품과 가격경쟁을 해야 하는 수입업계의 특수성도 있다. 병행이나 밀수제품에 대한 대응을 위해 현지 법인들이 고의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경우다.
용산전자상가 한 매장 관계자는 “정품의 경우는 마진 없이 공급받은 가격에 그대로 파는 제품도 많다”며 “이에 따라 고의적으로 병행제품을 통한 마진으로 매장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디지털가전시장에 대비한 국내 가전업계의 대응도 수입가전의 가격을 상대적으로 내리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따라서 수입가전업체들은 브랜드와 함께 낮은 가격정책으로 일산 제품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발길을 묶어두려 하고 있어 일본산이 아닌 동남아산 제품을 앞세운 수입업체들의 가격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국산보다 싼 가격에 수입가전을 구입할 수 있다고 해서 과거처럼 무턱대고 유명 브랜드 상표만 보고 제품을 선택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며 “수입가전제품을 살 때는 반드시 원산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