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이번 300㎜ 웨이퍼와 512M DDR SD램 양산 선언은 메모리분야의 확고한 1위를 발판으로 세계 일류 반도체업체로 도약하겠다는 의지가 숨겨져 있다.
낮은 수율 등의 문제로 이번 300㎜ 웨이퍼 양산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으나 삼성전자가 맨 처음 300㎜ 웨이퍼시대를 열어 세계 반도체산업에서 한국의 위상을 드높였다.
◇삼성의 전략=D램시장은 이제 128M에서 256M로 넘어가는 단계다.
삼성은 300㎜ 웨이퍼로 256MD램을 대량 생산하는 것은 물론 512MD램까지 차세대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업계에선 가장 앞선 0.12미크론 기술도 상용화했다.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쟁사들에는 ‘추격을 포기하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삼성는 2005년께 세계시장 30%를 점유해 인텔에 이어 2위의 반도체업체로 도약할 계획이다. 인텔과 함께 세계 반도체산업을 양분하겠다는 야심이다. 이번 300㎜ 양산 선언은 그 첫걸음이다.
◇삼성의 과제=우선 적정수율의 확보다. 300㎜ 웨이퍼가 200㎜ 웨이퍼에 비해 생산량이 2.5배나 많으나 아직 장비와 재료 등의 안정성은 확보되지 않았다.
투자도 문제다. 삼성전자가 본격 양산을 하려면 적어도 1조원 이상의 신규 투자가 뒤따라야 하나 최근 투자 분위기가 위축됐다.
시황도 썩 좋지 않다. 가뜩이나 생산과잉인데 공격적인 증산은 자칫 가격만 떨어뜨릴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황창규 사장은 “본격 양산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잡았으며 시장 상황을 보아가며 생산규모를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업계에 미칠 영향=당장 300㎜ 웨이퍼 투자가 발등에 불로 떨어졌다.
300㎜ 투자를 선도한 인텔과 TSMC는 시제품만 생산하면서 양산 시점을 늦추고 있는데 앞으로 투자를 적극 검토할 전망이다. 최근 칩 수요가 늘어나면서 두 회사의 투자 분위기도 살아나고 있다.
투자에 엄두를 못낼 정도로 경영난이 악화된 대부분의 메모리업체들은 삼성의 행보를 지켜보기만 하고 있다. 다만 현 D램시장 가격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 올해 불황으로 벌어진 삼성과 2위 이하 업체간의 격차는 내년에도 유지되거나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소리소문없이’ 비메모리 사업도 집중 육성하는 삼성전자에 이제 메모리 1위라는 자리는 너무 좁다.
다음은 황창규 사장과의 일문일답.
―내년 300㎜ 투자규모는.
▲불경기에 생산량을 확대하는 투자는 바람직하지 않다. 과감한 투자보다 시장경쟁력 유지에 초점을 두겠다. 본격 양산은 내년말 이후에 가능하며 상황을 보아가며 투자규모를 확정하겠다.
―메모리 시장이 4분기에는 상승 분위기를 탈 수 있나.
▲4분기에 얼마나 좋아질지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팔아서 이익을 내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많이 갖고 있다. 4분기에 램버스D램, DDR SD램, 대용량 플래시메모리 등의 시장 활성화가 예상돼 분위기는 좋아질 것이다.
―본격적인 시장회복시점은 언제인가.
▲PC에 탑재하는 메모리량이 늘어나므로 수요도 늘어날 것이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시장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PC, 네트워크 장비, 모바일기기 시장이 활성화하면 그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
―감산계획은 없나.
▲감산은 수요가 살아있을 때 실효를 거둔다. 지금은 논할 단계가 아니다. 삼성전자는 범용 메모리 비중은 축소하고 차세대 메모리 비중을 높이고 있어 사실상 감산에 기여하고 있다.
―중국을 어떻게 보나.
▲경쟁력면에서 우리나라와 상당한 격차가 있다. 중국이 ‘모멘텀’을 가진 거대시장임엔 틀림없다. PC판매량이 줄어든 올해도 중국 PC시장은 30% 정도 늘어났다. 현지업체와 전략적인 제휴를 맺는 한편 11월 판매법인 설립을 계기로 예년과 달리 적극적으로 시장을 확대해나갈 생각이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