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텍 이경수 사장

 “지금처럼 국내 반도체 경기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쾌거가 반도체 산업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가슴 뿌듯합니다.”

 최근 네덜란드의 거대 다국적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사에 거액의 기술료를 받고 플라즈마 원자층 증착기술(PEALD)과 구리 바닥채움 화학증착기술 등 원천기술을 수출하는 개가를 올린 지니텍 이경수 사장(41)은 “이번 계약 체결은 세계화를 향한 국내 반도체 기술의 전문화·융합화 모델 정립에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확신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반도체 강국이라고 하면서도 제조장비 부문에서는 걸음마 수준에 불과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지니텍이 ASM에 수출한 PEALD 기술은 플라즈마를 이용해 저온에서 박막증착시 10㎚(머리카락 굵기의 1만분의 1)의 초박막을 생성할 수 있는 기술로 반도체공정 장비시장에 벌써부터 큰 파급이 예상되고 있다.

 “협상과정 동안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ASM사측과 믿음을 쌓아가는 부분이었습니다. 이 사업과 관련해 무엇을 더 얻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성공시킬 수 있을까에 초점을 두고 협상을 벌인 결과 9개월 만에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이번 기술 수출에는 지니텍이 7∼8년여 동안 수억여원을 들여 확보한 ‘특허’가 든든한 버팀목이 됐음은 물론이다.

 올 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01 행사에 지니텍이 기술을 출품하기도 전에 그동안 차기 사업분야에 대한 특허를 모니터링해 오던 ASM사가 지니텍이 출원한 특허를 보고 전시장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배우고 싶은 것이 꼭 하나 있습니다. 선진국의 관리시스템과 마케팅전략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우겠습니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선진 마케팅에 유독 관심이 많은 이 사장은 이를 위해 ASM사에 기술계약 체결조건으로 ASM사가 실시하는 전 세계 마케팅에 지니텍 관계자가 참관할 수 있도록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제 4의 아이템이 생겼을 때 독자적으로 사업을 이끌어 갈 수 있는 기반을 닦고 이를 툴로 이용하겠다는 의지에서다.

 여기에는 벤처인으로서의 시대적인 사명감도 한 몫 더해진다.

 “벤처 1세대가 기술로 국내 시장에 우뚝 섰다면 우리와 같은 2세대는 우리의 독자적인 모델로 세계 시장을 공략해야 합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세계적인 관리시스템을 국내 시장과 접목시켜 후배들한테 전해 주는 것이 우리의 몫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